#인터넷 누리꾼에게 유명한 보살이 있다. 누리꾼들은 지장보살은 몰라도 ‘지름보살’은 안다. 지장보살을 희화화한 지름보살은 한 손에는 신용카드를, 다른 손에는 최신핸드폰을 들고 “연체가 대수냐, 있을 때 질러라”고 말한다.
‘지름신’(소비를 부추긴다는 권능의 신)의 대표격인 지름보살에게 육도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의 원은 찾아볼 수 없다. ‘뽐뿌’(사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는 행위)를 위해 웃음거리로 표현된 지름보살을 두고 불교계가 유포를 막거나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교계는 지름보살에 대한 시정요구를 해당 사이트 등에 할 수 있다.
지름보살은 불교문화가 제작자 의도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로 불교문화 지적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불교문화 지적재산권 가치 인식 시급
불교문화 지적재산은 유형과 무형으로 나뉜다. 유형적 불교문화는 사찰, 탑 등 불교건축물이나 불상, 불화, 경전, 단청 등이며, 무형적 불교문화는 불교 음악, 불교 무용 등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7년의 발명품으로 ‘UCC(사용자생성콘텐츠)’를 선정했을 만큼 요즘은 누구나 콘텐츠 생성이 용이한 디지털시대다. 교계 관계자들은 현대화된 포교방법에 있어 문화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교계는 불교문화 지적재산에 관해서는 권리 요구는커녕 재산 성격과 규모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종교인 개신교는 종교음악이 대중 속에 진출해 일반 대형서점이나 음반점에서도 상당량 거래중이다. S통신사가 운영하는 음악사이트인 ‘멜론’에는 기독교 음악장르인 CCM이 독립장르로 나뉘어져 있기도 하다. ‘십계’ ‘쿼바디스’ ‘벤허’ 등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도 많다. 가톨릭은 ‘신부수업’ 등 다양한 영화와 음악을 통해 고상하고 힘 있는 종교로 자리매김했고, 젊은 신도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들만의 문화 지적재산이 일군 결과다.
이에 비해 불교는 종교음악은 국악 장르에 포함됐고, 종단차원의 찬불가 집산도 미비하다. 사이트 담당자는 “찬불가, 염불 등 불교음악 곡수가 적어 따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화로는 ‘달마야 놀자’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 성공작이 없는데다 불교계를 교묘하게 폄훼하는 내용이 담긴 작품들이 창작의 자유를 빌미로 난무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불교문화 지적재산의 가치와 활용에 관한 교계 인식 부족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교적 활용 반드시 감안돼야
불교문화 지적재산권은 현재 저작권 개념에만 치중해 있다. 권리행사 주체도 불교계가 아닌 일반업자로 포교 등에 걸림돌마저 되고 있다. 얼마 전 봉축행사를 위해 찬불가 연습에 한창이던 A사찰 합창단은 찬불가 악보를 출판한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악보집을 구입했지만 단원들끼리 복사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저작권협회가 “합창단 활동은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적복제’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일단락되기는 했다.
김모씨는 얼마 전 모스님 법문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뤘다. 출판사측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김씨에게 합의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터넷에는 자신처럼 단지 스님의 글이 좋아 올렸다가 금전적 손해를 입은 불자들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김형진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포교에 반하는 권리행사를 막으려면) 사찰이나 종단 등이 문화콘텐츠 저작자로 참여하거나 사용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디지털콘텐츠 제작ㆍ보급해야
전문가들은 문화산업의 핵심은 콘텐츠며, 선점과 가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문화콘텐츠진흥원을 설립ㆍ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한국전통문화를 콘텐츠화해 문화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문화원형사업을 진행 중이다.
불교소재 문화원형사업은 얼마나 될까?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 등 10여개 단체가 사업에 공모해 유?무형의 성보문화재와 불교문화를 소재로 법문, 행사, 사찰소개 등의 동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개발돼 활용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교소재 콘텐츠가 유통이 적을 뿐더러 콘텐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제작에 불교계가 배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광주문화산업진흥원이 2006년 지정공모해 제작한 운주사 관련 디지털콘텐츠는 운주사의 역사, 설화, 천불천탑 등 모든 것을 다뤘으나 운주사의 사전 허락이나 내용관리, 사후 사용에 대한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됐다.
조은정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학)은 “운주사 콘텐츠 중 독특한 탑들의 요소를 적용한 문화상품용 디자인소스는 내용도 빈약하고 완성도도 낮다. 함량미달의 콘텐츠는 차후 상품화시 불교문화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단이 비전 갖춘 정책 내놔야
조계종이 본격적으로 불교문화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2007년 12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은 <불교문화 지적재산권의 현황과 분석>을 출간했다. 2008년 10월 2일에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부장 수경)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문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불교문화저작권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불교계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실태조사 등 현황 파악 ▲창조적 콘텐츠 생성 ▲불교문화의 산업화 등을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콘텐츠산업실을 두고 콘텐츠 정책, 미디어 정책, 저작권 정책을 각각 분리ㆍ운영하는 것처럼 조계종 문화부 직제부터 전략적으로 확장ㆍ개편해야 올바른 정책과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교계의 불교문화 지적재산권 관심이 디지털시대 보현보살과 호법신장으로 나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