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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불교계의 종교편향 논란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때, 한국불교 대표종단의 하나인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이 종교편향과 관련한 불자들의 의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정산 스님은 10월 5일 우면산 관문사 창건 10주년 기념 대법회에서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주제로 법문했다. 법회에는 천태종 감사원장 춘광 스님, 관문사 부주지 세운 스님, 중국 영광사 주지 상장 스님과 권경상 종무실장(문화체육관광부), 고승덕 의원(한나라당), 하복동 회장(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등 사부대중 7000여명이 참석했다.
스님은 “요즘은 편견과 오만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끼는 때다. 다른 사람들의 신념이나 종교 신앙ㆍ전통은 완전히 무시해버리거나 아예 ‘사악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아만에 사로잡힌 이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정산 스님은 “지도자 위치의 인사 중 편견과 아만의 노예가 돼 다른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불자들은 이런(편견과 아만의 노예가 된)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휼룽한 인격자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똑같지 않음을, 나와 똑같을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그들에게 자신의 신념과 사상ㆍ종교ㆍ정치적 견해 등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라 설명했다.
정산 스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따라 다른 색깔과 향기를 가진 꽃들이 피어나는 세상이 아름답듯 정토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이라 강조했다.
<잡아함경>을 인용한 스님은 “비방과 욕한 것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처음 욕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며, 불자들에게 의연하고 당당하게 불자의 자세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잡아함경>에서 부처님은 사위성에 있을 때, 부처님을 따라다니며 온갖 욕을 해댄 욕쟁이에 아무 대응도 않았었다. 욕쟁이는 부처님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이겼다”며, 욕을 계속해대다가 부처님을 향해 흙을 한 줌 뿌렸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욕쟁이는 흙을 뒤집어썼다. 부처님은 욕쟁이에게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모욕 주면 그 허물이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간다.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면 그 흙이 자신을 더럽히는 것과 같다”고 설했다.
스님은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불교를 비방하는 이들에게 가장 확실히 대응하는 것은 팔정도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정산 스님 발언은 대외적으로 ‘묵빈대처(黙賓對處)’하고, 대내적으로는 교계의 자정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때문에 11월 1일 대구ㆍ경북 지역 범불교대회 등을 앞둔 상황에서 천태종이 조계종과 거리를 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