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종교중립법 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연등회가 주최한 첫 종책토론회가 봉행됐다. 민주당 불자의원 모임 ‘연등회’(회장 최문순 의원)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이 9월 2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공무원 종교중립법의 필요성과 가능성’ 토론회가 그 것.
이날 종책토론회에는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재무국장 원철 스님, 사회국장 재경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스님들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 송영길 최고위원, 장세환, 김개균, 노영임 의원 등 국회의원, 윤남순 문화체육관광부 종무1담당관 등 정관계 인사, 조계사 신도회 등 불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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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스님들과 많은 정관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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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석 목사(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소장)의 사회 아래 박광서 대표(서강대 교수ㆍ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김형남 변호사(신화 법무법인), 강창일 민주당 국회의원(연등회 부회장)의 발제가 진행됐고, 조욱종 신부(천주교부산교구),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 허진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안), 이지범 집행위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박선숙 국회의원(민주당)의 열띤 토론이 전개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축사에서 “종교차별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종교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각계의견을 취합해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민주당 문화관광위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불자모임 연등회는 힘을 모아 종교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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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축사에서 청화 스님은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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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불교는 그동안 특정종교의 훼불ㆍ방화ㆍ폄훼 등 많은 횡포를 당했지만 관용으로 인내했다”며 “종교차별로 토론회가 열리는 상황이 종교인으로 매우 안타깝다. 더 이상의 사회분란을 막기 위해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축사에 이어 곧바로 발제가 진행됐다.
제1발제에서 박광서 대표는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담배를 싫어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권리라고 판결한 예를 들며 “개인의 종교자유와 별개로, 선교할 권리보다, 선교받지 않을 권리가 우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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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서 종자연 공동대표는 선교받지 않을 권리가 선교할 권리보다 우위라고 강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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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어 “고위공직자는 존재와 언행 자체가 공권력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무심코 행한 종교행위가 특정종교인이나, 비종교인들에게 소외감ㆍ박탈감을 줘, 사회갈등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그 예로 ▲경기여교의 일요일 교회 임대 등 공교육기관 특정종교 행사 ▲선교활동 국고지원 등 특정종교 유착 ▲선거시 기본권을 침해하는 특정종교투표소 ▲해외파병 시 군종장교 편향 등 6개 목차에 걸친 50여개의 사례을 들었다.
김형남 변호사는 제2발제에서 한미일 3국을 비교하며, “3국 모두 헌법상 종교자유와 종교중립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하위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종교편향 사례는 무수히 많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정문제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구조적이거나 의도적 결과이다”며 법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차별금지법이 개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개신교 측 주장에 대해 “현재 불교계가 주장하는 것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한 특정종교선교행위”라며 “이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의무에 부합, 종교갈등을 구조적으로 예방하는 취지이므로 역차별 논의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비판했다.
제3발제에서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시행령 하위 복무규정을 통한 제재는 약하다. 헌법위반자는 법으로 처벌받아야 하고, 정부조직법부터 개정해 대통령부터 종교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종교갈등은 국민화합을 저해하기 때문에 법제정이 시급하다. 법제정에 한나라당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조욱중 신부는 “현재 한국 종교갈등 원인은 개신교 중 일부의 종교근본주의에 바탕 둔 성시화 운동”이라며 “성시화, 성국 등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다툼을 야기한다. 개신교 내부 진보와 보수가 모여 스스로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남순 종무1행정관은 “공무원복무규정도 대통령령 시행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사례적발 시 파면에서 감면 등 처벌이 가능하다. 국민의견이 수렴된 법은 안정적인 집행이 가능하다. 정부는 종교차별신고센터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공직자로서 종교차별 근절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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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근 교수는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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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상근 교수는 기존 발제자나 논평자와는 다르게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종교는 초월적가치를 추구하는 사적영역으로 공적영역에서 사적영역을 통제하는 것은 안된다”며 “현재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종교간 상생을 위한 것인지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제정된다면 순교자들로 혼란이 가중되고, 종교간 대립이 심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개신교에는 KNCC라는 대표단체가 있고,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한기총은 임의단체다. 이 한기총이 광장선교를 처음 시도했고, 불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피력한 후 “종교편향 문제는 공적인 제재보다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스님은 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직후 조계사 신도회 등 불자들의 질의응답이 진행됐으며 토론회는 개회 2시간 후인 8시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