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B씨는 장례서비스조차 받지 못한 경우. B씨 역시 다니던 사찰 스님의 소개로 2003년 3월, 00상조에 회원 등록 했다. 매월 3만원씩 5년간 180만원을 불입한 B씨는 얼마 전 함께 신도로부터 상조업체가 부도나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살자는 웰빙에 이어 잘 죽자는 웰다잉(well-dying)이 사회적 관심을 끌며 상조회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한국인 특유의 효심(孝心)을 자극한 상조업체가 종교계로 영업을 확장하면서 불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상조업체 난립해 고객 피해 잇따라
1980년대 초 시작된 상조업계는 현재 약300여개 상조회사가 약 200만 회원을 유치해 성업 중이다. 공정위 추산 시장규모가 7000억대, 업계는 1조~3조원대로 추산한다. 하지만 상조회사 설립에 아무 자격 요건도 없고, 쉽게 큰돈을 번다는 생각에 부실 상조회사 난립과 그에 따른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업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2003년 58건, 2004년 91건, 2005년과 2006년이 각각 219건, 509건으로 2005년부터 급증한 증가추세를 보인다. 2007년의 경우 833건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해약환급금 지급 거절 및 과소 지급이 전체의 69.1%로 나타났으며, 부당한 계약체결(19.1%), 상조서비스 불만족(9.6%) 등의 순이었다.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아 피해구제를 청구한 경우는 계약 36.2%, 품질 35.8%, 부당행위 15.5%, 사후처리 6.2%, 가격 2.4% 등의 순이었다.
장례문화 전문가들은 “상조회의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우환 교수(을지대)는 “상조회로 인한 피해는 영세 상조회가 난립해 소비자들이 법적 보호를 못받아 생긴다”며, “장례식장은 장례식장 관련법이 있지만, 상조회는 법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권경석 의원(한나라당) 등은 상조회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권 의원은 7월 23일 발의한 ‘상조업법’ 제정안에서 자본금 5억원 이상으로 상조회사 설립 기준을 정하고, 회원 납입금의 일정비율을 예탁하는 이행보증금 제도를 명시해, 무분별한 업체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자 했다.
◇이웃 종교인이 불교장례 홍보하기도
상조회사가 난립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부 업자들의 종교계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사찰에서 49재 등을 지내고 영가천도가 끊이지 않는 불교계는 상조업자들 사이에서는 블루오션이라고도 불린다. 때문에 일부 사찰은 이익금을 나누자는 영업사원 제의에 스님들이 업체와 서비스에 대한 파악 없이 신도들에게 상조회 가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조회사의 재정상태 여부와는 별도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불교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불교식 장례를 제공한다고 회원가입을 유도하면서 제대로 된 불교식 장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다.
불교는 물론 모든 종교식 장례가 가능하다고 광고 중인 업체들이 엉터리 불교장례를 제공한다는 제보에 몇몇 업체 확인 결과, 제대로 된 불교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TV 등 언론매체에 ‘대한민국 대표 상조 전문기업’을 카피로 광고하는 B상조회사 행사팀장 유모씨는 “불교식 장례서비스 매뉴얼은 없고 절차는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H상조회사 담당자는 “4대종교식 장례를 통과한 장례전문지도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절차 등을 확인하자 연락이 끊겼다.
타종교인이 운영하는 일부 업체는 스님을 앞세워 사찰대상 영업을 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A상조업체는 개신교인이 모사찰 스님을 앞세우고 불상ㆍ불화ㆍ연꽃 등을 팜플릿에 넣어 회원을 유치중이다.
불교상조 연화회 유재철 대표는 “전국 상조회사 300여곳 중 80~90%가 개신교인이 운영하며 매월 불자 2000~3000여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이들 상조회사로 매년 수입억원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찰 단위 상조계 운영 등 대안 마련해야
대다수 장례문화연구가들이 불교가 상장례문화에 강점을 가졌다고 평가함에도 상조업자들의 유혹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종교인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불자들이 정서상 상장례를 중시하는데다 신도간 결속이 부족해 공략이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타종교업자로 유입돼 선교 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금전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사찰단위 상조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찰 상조회는 대부분의 인력을 신도들의 봉사형태로 조달해 신도간 친목과 결속 증대ㆍ신도 재교육 등 이점도 많다.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가 운영하는 ‘108상조회’는 사찰 상조회의 성공케이스로 손꼽힌다. 장례식장과 납골당을 직영하는 강점을 이용해 매월 2만원씩 5년간 납부하면 장례 서비스 일체를 제공 중이다. 현재 1700여 회원이 신도와 지역민을 중심으로 가입됐다.
전문가들은 “여건상 사찰 자체 상조회를 운영할 수 없다면, 지역사찰이 연계해 상조회를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마저도 부득이하다면 전문업체를 엄선해 위탁 하거나 업체의 서비스를 검증해 인증하는 것도 대안”이라 말한다.
현재 15년간 불교전문 장례업체로 활동한 연화회는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 등과 연계한 사업확장을 준비 중이다.
◇종단 차원 표준의례 제정 등 대책 마련 시급
상조회 활성화 등과 더불어 종단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계종을 예로 포교원 등에 (가칭)장례국 등을 신설해 종단차원에서 상조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장례전문가는 “5~6년전 붐처럼 일었던 사찰 상조회가 실패했던 것은 재정 문제가 컸다”며, “종단 차원에서 인프라를 마련해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주장했다.
장례절차 등에 관한 표준 의례 제정도 시급하다. 현재 불교식 장례는 <석문의범>을 기준으로 진행되지만, 유교식 장례와 혼용된 경우가 많다. 엉터리 불교식 상조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례전문가가 부재한 악조건 속에 일부 업자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실장 도신)은 ‘조계종 상ㆍ제례 문화연구 계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첫 번째 사업성과로 10월경 <불교 상ㆍ제례와 관련한 연구현황자료집>을 발간한다. 자료집에는 조계종을 비롯해 태고종ㆍ천태종ㆍ진각종ㆍ원불교 등 범불교적 상ㆍ제례 조사결과가 수록돼며, 금명간 불자를 대상으로 한 상ㆍ장례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뒤늦게나마 시작한 포교원 사업이 똑똑한 불교 상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tip 상조회 피해 피하려면? |
공정위는 상조업체의 횡포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서비스 내용을 담은 계약서와 업체의 재무건전성 등을 확인해야하며, 가급적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권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소비자원 등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허위ㆍ과장 광고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상조서비스 피해신고 전화: 소비자원 (02)3460-3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