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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에 따라 드러나는 조형의 변주곡을 선사해온 ‘장갑작가’ 정경연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가 예술인생 30년을 맞았다. 5월 부산에서 30주년 기념전을 성대히 치룬데 이어 10월 1~13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580-1610)에서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를, 10월 2~30일 서울 세오갤러리(02-583-5612)에서 개관 5주년 기념초대전을 펼친다. 한국 현대 미술의 증인이 선사하는 장갑의 파노라마다.
과연 그가 지닌 스케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예술로써 삶과 인간을 구현하는데 재료에 얽매이게 되면 그것 또한 집착이고 번뇌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시도한 재료 렌티큘러(Lenticula)는 2차원의 캔버스가 지닌 제한성을 초월하죠.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중도(中道)를 구현합니다.” 일련의 작품들은 장갑의 나선들이 형성한 원으로 우주의 블랙홀을 이루며 은하수가 되고 그 근원에는 에너지 핵인 챠크라가 공화(空花)로 만개한다. 입체적인 원근감은 홀로그램처럼 흡수될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자르고 붙이며 재구성한 작업 위에 염색의 붓 터치를 가미한 재료의 믹스와 매치는 반복과 집중으로 함몰과 확산의 경계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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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1981년 첫 개인전을 열며 오늘날 한국 섬유미술의 대가로 거듭나기까지 거침없는 예술 활동의 원동력이 돼준 것이 바로 ‘불교 수행’이다. 현재 전국여교수연합회 10대 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정 교수는 “명상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예술로 승화한다”고 자부했다.
“이번 전시 주제는 ‘블랙홀’이지만 10년 전에도 이름만 달랐을 뿐 꾸준히 시도됐던 작업입니다. 불도와 예술행이 둘이 아니라는 것이 제 삶의 철학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불법을 만나 그 안에서 평상심을 유지한 덕분이죠. 참선하는 동안 펼쳐지는 에너지의 파장이 블랙홀이란 이름으로 시절 인연과 만나 이번 전시 주제로 화현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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