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원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4대종교 라디오 방송사들이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신설 계획을 ‘종교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정부와 종교계의 갈등으로 번지게 됐다.
불교방송과 CBS, 평화방송, 원음방송, 극동방송 사장단은 9월 16일, “정부는 종교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를 비판했다.
불교방송 등 종교방송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종교방송의 존립기반을 흔들 것”이라며, “정부가 종교 라디오 방송사들의 공익적 역할을 지켜주기는 커녕 앞장서서 그 기반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명서는 “광고 취약매체를 위한 코바코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며, “정부가 방송 독과점을 부추길 방송광고시장의 시장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한다면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종교방송 사장단이 성명서를 통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가운데, 9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국회에서 “종교방송이 지금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품을 빼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종교방송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스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유 장관과 정 의원 발언에 4대종교 라디오 방송사들은 ‘종교방송사 폄훼 발언’이라며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 원음방송 이관도 사장, CBS 이정식 사장, 평화방송 오지영 사장은 9월 19일 긴급회동을 갖고, 유인촌 장관과 정병국 의원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정부에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침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회동에서 사장단은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 저지를 위해 각 종교별로 사찰과 교회, 교당, 성당 등에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반대와 유인촌 장관ㆍ정병국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반대서명운동과 반대시위 등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한편 민영미디어렙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해체 후 시장경제논리를 도입해 코바코의 기능을 대신할 방송광고판매대행사다. 불교방송 경영기획실 박원식 실장이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광고수입의 90%가 감소돼 방송사 존폐 자체가 위기를 맞는다”고 말할 정도로 민영미디어렙 도입시 광고매출에 큰 변화가 있게 돼 종교방송을 비롯해 지역방송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며 반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