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점기 강탈된 조선왕실의궤(儀軌) 반환을 놓고 불교계와 일본 정부가 법정에서 정식 소송으로 맞붙게 됐다고 경향신문이 9월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중앙지법이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가 조선왕실의궤를 돌려달라며 일본 정부와 왕실을 상대로 낸 민사 조정신청을 정식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정과정에서 일본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사건 성격상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법원이 정식 재판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의궤 반환 여부는 본격적인 법정 소송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불교계가 승소해도 일본 측이 순순히 의궤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라는 법조계 의견도 전했다.
의궤가 보관됐던 오대산 사고(史庫) 관리를 맡아온 월정사는 2007년 5월 의궤를 돌려달라며 법원에 민사 조정신청을 냈지만 일본 정부는 소송 자체를 거부하고 1년이 넘도록 묵묵부답이었다.
조정이 무산되고 민사합의부의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조선왕실의궤 반환 여부에 대해 신문은 일본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정식 재판에서도 일본 측이 지금까지와 같이 무시 전략을 쓰면 원고(월정사)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돼 일방적으로 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된다면 1965년 한일조약에서 일본 약탈해간 문화재를 일본 소유로 인정해준 조항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불교계는 “1970년 채택된 유네스코의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 협약’이 외국 점령에 의한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한일조약을 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법원에서 반환 판결이 내려져도 판결 내용을 근거로 일본 법원에 집행 청구를 허가받아야 한다며 의궤 반환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고 전했다.
때문에 민간 활동을 통한 의궤 반환 움직임도 활발하다. 조선왕실의궤환수위(공동의장 김원웅 前 국회의원),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 등 일본 방문단은 9월 4일 일본 수상관저를 찾아 ‘조선왕실의궤 반환요청서’를 접수했다.
환수위는 일본에 새 내각 구성 후 다시 일본에 건너가 신임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의궤 반환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