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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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것이 편해요”
도반의 향기-김혜옥(탤런트, 배우)
탤런트 김혜옥
팔색조 같은 연기로 온 국민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시키는 연기자 김혜옥씨의 미소는 의외로 차분했으며, 도회적인 분위기였다.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그녀가 출연한 주요 드라마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 ‘난 네게 반했어’ ‘강적들’ ‘경성 스갠들’ ‘소금인형>, ‘며느리 전성시대’ 등이 있으며, 영화는 ‘6년째 연애 중’ ‘녹색의자’ ‘가족의 탄생’ 등이 있다.

최근의 몇 작품을 꼽아 보아도 그녀의 면면이 다 드러난다. ‘경성 스캔들’에서 야멸찬 ‘사치코’의 역을, ‘미우나 고우나’에서 철없는 시어머니 역을,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푼수 같은 할머니 역을 맡아 사람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김혜옥씨에게는 어떠한 배역이 주어지더라도 그 배역에 생명력을 집어넣는 마력 같은 것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할 때 설렁설렁해서는 감동을 줄 수가 없고 그 배역에 푹 빠져야 한단다. “때로는 연기삼매에 빠질 때도 있는데, 그 느낌이 명상 할 때의 고요함과 같다”고 하니 김혜옥씨에게 있어서는 ‘생활이 곧 수행이요, 하는 일이 곧 수행인 것’이다.

“사람들이 내 연기를 그렇게 높이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연기할 때 정말 욕심 없이 해요. 그냥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순간에 몰두할 뿐이지 다른 것은 없어요.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 연기에 표출되어진 것이라 생각해요.”
김혜옥씨는 “연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하였다. 푼수 같은 역할을 맡아 할 때면 계산되지 않은 그 넉넉함이 좋아 자신도 덩달아 행복하단다.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배우지요. 꽉 찬 것보다는 무언가 조금 부족한 것이 편안하고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저의 외모를 보고는 도회적이라 하지만 내 안에는 푼수기가 좀 있어요. 저는 원래 어릴 때부터 남과 경쟁하는 것을 싫어했고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도 잘 할 줄 모르고, 분수에 넘치는 것을 가지려 하지 않았어요.”

김혜옥씨는 ‘2006년 MBC연기대상 중견 배우상 부문 특별상’을 ‘2007년 KBS 연기대상 여자조연상’을 수상하였다. “그 세를 몰아 올해는 연기대상 ‘여자주연상’을 수상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더니 “저는 원래 무엇을 해서 상을 타겠다는 생각은 정말 없어요. 그냥 주어진 배역에 몰두하다보니 상을 타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상을 타니 불자님들이 너무 좋아해요.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기뻐요.”

김혜옥씨는 지금은 중견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한때는 ‘전원일기’에서 빨래하는 연기만 10년 동안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혜옥씨는 그 배역조차 하지 않으면 밥을 굶기에 열심히 해내었다. 이십 때부터 김혜옥씨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노릇을 하였고, 지금도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효녀이다. 슬픔과 아픔으로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기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오랫동안 앓았어요.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어요. 아니 산다는 것이 두려웠지요.”

삼 년 넘게 앓았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거의 누워만 있었다. 병원에 가도 병명이 없었고 의사도 손발을 들었다. 그때 유일한 낙은 불교방송을 듣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고 제일 슬프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불교방송을 들으면서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스님들께서 신행상담을 해 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었어요.”

한 번은 동생 소개로 마곡사에 갔는데, 어떤 스님이 초심자인줄 알고 절 경내 서점에서 책을 한 아름 사다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님이 일러 주시는 데로 날마다 108배와 진언을 했어요. 그리고 선물로 받은 불교 책들을 열심히 읽었는데 한 일 년쯤 지나니 나도 모르게 병이 사라져 버렸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마음의 병 ‘홧병’이었어요.”

김혜옥씨는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부처님을 알게 되었고 부처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지침이 되었다.

“남들이 잘 겪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겪게 된 것이 전생의 업이기도 하겠지만 다 부처님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행복만 계속되었다면 부처님 말씀이 가슴 깊숙이 박히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은 그런 고통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한 때는 불교방송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달래곤 했었는데, 지금은 김혜옥씨가 불교방송 ‘아름다운 초대’ MC를 맡아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과 희망을 주고 있다. 4년째 ‘아름다운 초대’ 진행을 맡고 있는 김혜옥씨는 이러한 인연에 대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라 여긴다면서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가장 아끼고 애착이 가는 방송”이라 했다. 김혜옥씨는 불교방송을 비롯하여 드라마와 영화 등 방송연예활동을 통해 대중문화포교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7회 행원문화상을 수상하였다.

김혜옥씨는 아침마다 108배와 명상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불교서적들을 읽는다. 그의 차안에는 항상 불교서적들이 그득하게 실려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특히 법정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를 좋아해서 항상 옆에 두고 읽고 있다.

“부처님 말씀을 읽을 때마다 구구절절 나를 위해서 한 말씀 같아 어떤 때는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날 정도로 환희심을 느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후회할 만한 일이 많이 생기지 않아서 좋아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온 몸에 박힌 가시 하나하나가 법음으로 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옥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족(知足)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처님께 진실로 귀의하였기에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였지 않나 싶다.
글·사진=문윤정(수필가 본지논설위원) | cetana@buddhapia.com
2008-09-17 오후 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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