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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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유감ㆍ사과” 말고 진참회하길
9월 9일 불교계의 종교편향 시비에 침묵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이 대통령이 불교계에 건넨 말은 “유감”이다. 오후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불찰’이라 발언했다.

흥미롭게도 불교계에 유감을 전한 이 대통령 발언 수위는 외교언어 단계와 유사했다. 외교상 유감은 4단계의 영어 표현으로 나뉜다. ‘예의주시한다’는 정도의 ‘not indifferent’가 1단계, ‘미안하다’는 정도의 ‘express concern’이나 ‘sorry’가 2단계, ‘사과’나 ‘사죄’할 것까지 없는 유감은 ‘regret’로 3단계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뜻이 내포된 ‘apology’는 4단계의 유감표현이다.

불교계를 살피며 차근히 1~2단계를 밟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9일 하루 동안 3~4단계를 모두 보였다. 오전 ‘유감’ 표명 후에도 불교계 성토가 끊이지 않자, 오후 이명박 대통령은 4단계의 ‘불찰’ 카드를 내놨다. 불교계가 줄곧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계산적인 정치적 수사의 결과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차근히 단계별로 밟아 보인 유감 표명에 불교계 자존심은 그슬릴대로 그슬렸다. 종교편향 정점에 선 대통령 마인드가 이렇다보니 수하의 어청수 경찰청장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참회는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일이다. 죄 지은 비구는 참회할 때 참회오법(懺悔五法)을 따른다. 오른 어깨를 드러내 경의를 표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며, 합장하고, 대비구 발에 절하고, 범한 죄명을 말하는 것이 절 집안 참회예법이다.

한때 불자였던 어청수 경찰청장은 8월 14일 주요사찰 주지스님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진참회(眞懺悔)로서 불교계에 유감의 뜻을 전하며…”라고 적었다.

‘진참회’를 언급했던 어 청장이 9월 10일 대구 동화사를 찾아 지관 스님에게 합장도 않은 채 다가가 “큰스님 저 왔습니다”하며 덥석 손부터 잡아 보였다. 이어 막무가내로 공양간으로 스님을 찾아 들어가려던 어 청장 때문에 동화사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참회오법의 예는 고사하고, 참회의 마음가짐조차 안된 오만불손한 모습에 불자들은 또 한번 상심했다.

<육조단경> 참회품에서 “참(懺)은 지나간 허물을 뉘우침이요, 회(悔)는 다음에 오기 쉬운 허물을 조심해 미리 깨닫고 아주 끊어 다시는 짓지 않겠다는 결심”이라 했다. <천수경>은 “죄와 마음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 진참회(罪亡心滅兩俱空 是則名爲眞懺悔)”라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은 ‘유감’과 ‘사과’만 말하지 말고, 진정 잘못을 뉘우치고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이 일어나지 않게 진참회하길 바란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9-16 오후 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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