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강한 기대감을 갖던 가톨릭 원로 정의채(83) 몬시뇰이 9월 6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정면비판하고 나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에 강한 신뢰를 견지하던 정의채 몬시뇰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노무현) 다음 정권은 지금까지의 좌편향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 국헌을 존중하는 새로운 정권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5년 간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만큼 새 대통령 탄생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을 만큼 이명박 정권에 기대가 컸던 인물이다.
몬시뇰은 ‘나의 주인(주님)’이란 뜻의 이태리어(monsignore)로, 교황이 임명한 서품을 받지 않은 가톨릭 교회 고위성직자를 뜻한다.
정의채 몬시뇰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가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간 장기간에 걸친 종교편향 갈등은 아주 심상치 않다”고 말을 꺼냈다.
정 몬시뇰은 이어 “수천년 걸쳐 민족의 혼을 형성한 불교와의 갈등이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핵심부에서 일어나고 있어 안쓰럽다”며, “장로인 이 대통령이 전 정권과는 달리 종교사에 역주행하는 정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정의채 몬시뇰은 “이명박 대통령과 불교계의 갈등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와 사죄, 재발방지를 약속한 사람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고 말하며, 지관 스님을 찾아 사과했던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한나라당 고흥길 문광위원장을 언급했다.
이승만 정권의 종교편향이 야기했던 사회혼란을 예로 이명박 정부에 경고 메시지도 전달됐다. 정 몬시뇰은 “이승만 대통령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끔 사태(4ㆍ19혁명)로 발전한데는 종교갈등도 큰 동기가 됐다”고 경고했다.
정의채 몬시뇰은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불교문제 못지 않은 큰 문제가 대운하문제다. 대운하를 안한다면서 거기에 생명을 걸다시피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말과 실제가 다르지 않나, 이상하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 장관이 최근 대운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며, “신용을 잃어버리면 뭐가 되겠느냐, 불교문제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진정을 갖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몬시뇰은 “국민들이 대통령 말을 믿지 못하는게 큰 문제”라면서 “(이 대통령이 사과하려면) 대담하게, 큰사람답게, 솔직하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잘못했다라고 진정으로 사과해야지 임시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개인적으로 불교계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는 정 몬시뇰은 청담 스님이 김수환 추기경과 자신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불교계가 미래를 향해 각계각층에 출중한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한편 원로인 정의채 몬시뇰 특별담화에 앞선 8월 27일, 정진석 추기경은 천주교 교구청에서 단식농성하던 네티즌을 면담한 후 “네티즌 탄압 자료를 달라”는 요청했다. 현재 자료는 전달돼 가톨릭 내부 조사중이며, 가톨릭계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촛불법회에 동참했던 전종훈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를 좌천인사 할 만큼 현 정국에 거리를 위지했던 가톨릭계의 변화가 이명박 정부에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