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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시문학상 첫 수상자 이승훈 시인 선정
현대불교신문사와 <시와세계>사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이상시문학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이승훈 시인(한양대학교 명예교수)이 선정됐다.

이상시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근배)는 8월 27일 오전 최종 심사를 갖고 이승훈 시인을 수상자로 만장일치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와세계> 올 여름호에 발표 한 ‘모두가 예술이다’. 시상식은 이상 시인의 출생일인 9월 23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상시문학상 최종 심사에는 이근배 시인, 최동호 시인(고려대 교수), 김재현 시조시인, 장영우 교수(동국대 평론), 돈연 시인 등이 참가했다. 다음은 심사 직후 심사위원회가 내 놓은 심사평과 수상작품.

<심사평>
예심과 본심에 올라 온 시인들은 이미 그 명성과 시의 세계가 일가를 이루고 있는 분들이므로, 어느 분이 수상자가 되더라도 상의 권위에 부합되리라고 본다. 이상시문학상은 그 제정 취지가 “이상의 단순한 모방이나 아류가 아니라 이상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선불교적 감성과 직관과 사유를 지향하는 시인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현대시, 시조, 동시, 가사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개방성, 지적 모험, 치열한 자기희생을 보여주는 시인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을 격려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는 점을 볼 때 이승훈 교수의 작품이 첫 수상자로 선정되는데 합당하다는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수상자로 선정한다.

이승훈 시인의 시는 본 상의 취지에 부합되고 시인은 최근에는 암 투병까지 하면서 시작의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평생 시를 위해 살아온 이승훈 시인은 이 시대 아방가르드 문학의 선두주자로서 한국 문단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점도 높이 산다.

이승훈 시인은 1963년 <현대문학> 등단 이래 45년간 줄곧 아방가르드적 시 세계를 개척하고 연마해 왔다. 한국 시단이 서정적 전통을 주류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 세계를 끝없이 천착해온 것도 본 상의 첫 수상자로 더 없이 손색없는 이유라 하겠다.

<수상작품>

모두가 예술이다

이승훈

용인 공원 식당 창가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앞에는 정민 교수 옆에는 오세영. 유리창엔 봄날 오후 햇살이 비친다. 탁자엔 두부, 말린 무 졸임, 콩나물 무침, 멸치 졸임. 갑자기 가느다란 멸치가 말하네. “생각해 봐! 생각해 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지 원! 멸치 안주로 맥주 마실 때 “이형은 목월 선생님 사랑을 그렇게 받았지만 생전에 보답을 못한 것 같아.” 종이컵에 하얀 막걸리 따라 마시며 오세영이 말한다. “원래 사랑 받는 아들 따로 있고 효자 아들 따로 있는 거야.” 그때 내가 한 말이다. 양말 벗고 햇살에 발을 말리고 싶은 봄날.

“이군이가? 훈이가?” 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 물으셨지. 난 그저 말없이 선생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추위와 불안과 망상에 쫓기고 있었었을 거다. 대학 시절 처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엄마야! 이군 김치 좀 주게. 이군 자취한다.” 사모님을 엄마라 부르시고 사모님은 하얀 비닐봉지에 매운 경상도 김치를 담아 주셨다. 오늘밤에도 선생님 찾아가 꾸벅 인사드리면 “이군이가? 훈이가? 와? 무슨 일이고?” 그러실 것만 같다.
<시와세계 2008년 여름호>
임연태 기자 |
2008-08-28 오전 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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