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 매일 오시더니 이제 혼자서도 척척이시네요. 된장도 셀프입니까?”
부산 초읍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불자봉사단이 떴다. 부산시 비영리민간단체 ‘아름다운 사람들(대표 권경업)’이 마련한 급식소에 매주 불광사(주지 보광), 성암사(주지 응현), 삼광사(주지 영제), 부산불교보현회(회장 안성이) 등 부산지역 신행단체들이 무료급식 봉사활동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임은 각자 요일을 정해놓고 차례로 돌아가며 자체적으로 준비한 정성스런 음식들로 점심식사를 제공하게 된다. 부산진구 초읍동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이 하루 평균 180여명 정도 찾아오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청양고추로 맛을 낸 칼칼한 추어탕과 쌈밥. 어르신들은 추어탕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쌉쌀한 아주까리잎에 시골된장 넣어 쌈 싸먹느라 또 한 그릇해, 꼭 두 그릇씩 한 상 푸짐하게 드셨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곳에서 점심을 드신다는 김복순 할머니는 “세상에 어느 며느리가 이만큼 잘 대접해주겠어요. 식구도 이렇게는 못하는데...”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걸음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안상이 할아버지도 “그저께는 갈비탕도 맛있게 먹었고. 여름이라고 오이냉국, 콩국도 먹었고. 맛있어서 한동안 집밥 먹으면 여기 밥이 그립다니까. 허허...”라며 음식 맛을 칭찬했다.
까다로운 어르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19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보살님들에게 있었다. 막내 전득수(73) 할머니와 양라대(76), 안도순(81) 할머니는 “가진 것이 없으니까 몸으로 때우는 거지, 원력으로 하는 거니까. 뭘 유별나게 신문에 실으려고 해”라는 손사래에 여유와 겸손이 베어있다. 부처님의 자비행인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부처님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박경옥 실장은 이곳 200여명의 어르신들의 딸을 자청했다. “언젠가 고맙다고 찐감자 몇 알을 내미시던 할머니가 한동안 안보여서 걱정했는데 얼마 후에 그분 딸이 찾아와 돌아가셨단 소식을 전했을 때 정말 마음이 찡했다”며 그 후 어르신들에게 친딸처럼 공양해야겠단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또 “한달에 한번씩 봉사 계모임을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 다섯 사람이 김치 한 봉지씩만 갖고 와도 200분이 맛있게 식사하실 수 있다”고 봉사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민옥정(34) 씨도 역시 신심 있는 불자다.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신청하게 됐다면서 “집에서도 하는 요리며 설거지지만 어르신들 대접하는 거라 더 예의바르고 잘 해드리려고 노력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시30분부터 약 1시간동안 200여명의 어르신들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떠나지 않고 급식소 주변 나무그늘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제법 선선해진 가을바람을 벗 삼아 오래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