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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불에 다뤄지는 법고(法鼓)ㆍ목어(木魚)ㆍ운판(雲版) 그리고 범종(梵鐘)은 미혹으로부터 자연의 실상을 겸허히 일깨우네.’
전통음악의 재창조와 현대음악의 생명력을 명상음악으로 승화시켜 온 ‘국악가요’의 선구자 김영동(58ㆍ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불교의 ‘화엄(華嚴)’사상을 담아 평화와 상생을 연주한다. 9월 5ㆍ6일 양일간 2회에 걸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황병기) 국가브랜드연주회’에서다.
2008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의 테마는 ‘자비(慈悲)’다. 불교ㆍ도교ㆍ무교ㆍ기독교의 네 줄기 강물이 사랑과 관용의 진리로 화해한다는 의미다. 각각의 종교를 상징하는 대표 국악관현악곡을 위촉, 도교는 박영희가 ‘낮음과 비움’, 무교는 박범훈이 ‘신맞이’, 기독교는 나효신이 ‘태양 아래’를 연주한다.
김영동의 ‘화엄’은 1988년 여름 순천 송광사에서 새벽예불을 모시며 얻은 영감의 연장선이다. ‘겉치레 없는 예불소리는 그야말로 큰 음악이다’라는 것이 그를 사로잡은 기억이다. 푸른 새벽녘, 태평소와 함께 만물을 깨우는 사물의 연주가 시작된다.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감싸 안는 범종의 울림이 여운을 남길 때 즈음 종성은 경건한 염불의 전주가 되어 ‘오분향례’와 <반야심경>으로 화엄의 미묘한 법을 장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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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배경에 자리한 자연의 소리다.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음미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명상에 잠긴다.
작곡가 이건용(한예종 교수)은 “종교라는 네 개의 문고리를 열고 문화를 넘어 음악의 물길을 만든다. 심연의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국악관현악은 인간과 종교를 아우르는 세찬 흐름”이라며 이번 국가브랜드연주회의 의의를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네 개의 종교가 음악으로 만나 화해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갖는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황병기 예술감독의 말처럼 “무겁고 의미 있는 종교 주제를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은 국악의 높은 예술성과 현재성을 새롭게 이어가는 소중한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02)2280-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