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11 (음)
> 종합 > 사람들 > 시방세계
음식 대신 수행으로 에너지 충전
벽곡 50여일, 서울 보리선원 수행현장
수행 중인 보리선원 신도들(1)

“아미타~, 아미타~, 아미타” 낯선 염불을 외는 수행자들의 손이 허공을 그리며 수인을 짓는다. 먹물 든 잿빛 법복 입은 수행자들은 30여명. 명상 음악에 맞춰 마음을 안정시키는 청심인(淸心印)을 비롯해 염화감로인(拈花甘露印), 통천인(通天印), 진화인(眞火印), 원통인(圓通印) 등 다양한 수인을 그린다. 정중동과 동중정 차별조차 여읜 선무와 같은 수행자들의 손놀림이 이어지자 얼굴은 어느새 부처를 닮아 있다.

법당 밖은 섭씨 30도 넘는 폭염이 기승 부리는 화탕지옥이지만, 30평 남짓한 법당만은 수행시간 내내 선풍기 하나 없이 꽉 닫혔어도 수행자들의 신심과 법열 가득한 극락세계다.

서울 방배동 보리선원(선원장 각성) 법당은 여느 사찰과 달랐다. 티베트 불교를 홍법하는 국제보리법문 한국선원으로 탕카(Thangka, 티베트 밀교 회화)를 건 불단도 이국적인 모습이지만, 선관선(禪觀禪) 수행법으로 대표되는 보리법문을 수행하는 모습도 색달랐다.

정작 유별난 것은 점심공양 시간이 되자 알 수 있었다. 30여명 수행자 모두 공양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쉬는 시간 맞은 학생처럼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연화장 보살님 오늘이 몇일째지요?” “벽곡한지는 41일째고, 물만 먹은 것은 28일째쟎아.” “몸이 가볍고 물위를 걷는 것 같다”는 말도 들렸다.

벽곡은 밥 등 곡식 대신 물이나 과일, 야채 등을 섭취하는 수행법이다. 성철, 숭산 스님 등 선지식들이 했던 벽곡 수행을 보리선원 신도들이 하는 중이다.

벽곡 115일째를 맞은 법연 스님을 비롯해 보리선원 신도회장 진희 보살(57세, 방배동)은 65일째 등 법당에 모인 30여명 신도 대부분이 곡기를 끊은 지 50여일이 지났다.

벽곡으로 위장 질환이 있었다는 신도는 속을 다스렸고, 고혈압과 당뇨를 완치했다는 신도도 한 둘이 아니었다. 신도들은 “벽곡으로 편안한 심리상태가 유지돼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행중인 보리선원 신도들(2)

보리선원 신도들은 어떤 인연에 벽곡 수행을 하게 됐을까? 일반인들은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단식, 절식을 하지만 보리선원 신도들은 달랐다. 30여명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무 계기가 없었다. 수행하다 보니 저절로 음식을 멀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진희 보살은 “일반인들은 밥에서 에너지를 섭취하지만, 보리선원 신도들은 수행으로 에너지를 얻어 음식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보살은 “벽곡을 시작하면 음식이 그림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원심행 보살은 “부처님 가피와 각성 스님의 지도로 수행과 벽곡을 이어 간다”며, “수행법과,스승, 자신에 대한 감사함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보살은 “벽곡은 처음 3일과 7~10일, 마지막 30일이 고비”라며, “단식 등과 다르게 보식 등 특별한 절차 없이 먹고 싶을 때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혜통 보살은 하루 평균 7시간, 최장 11시간을 수행한다. 보살은 “수행으로 생체에너지가 회복돼 건강이 좋아졌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는 보너스”라고 말했다.

진희 보살 등 대부분 신도들은 독경, 절 수행 등 한국불교 수행법을 두루 섭렵한 고수(?) 들이다. 10년 이상 다른 사찰에서 수행하던 신도들을 보리선원에 모은 힘은 수행에 목마르던 이에게 전해진 감로수 같은 법열이었다.

# 보리선원 주지 각성 스님 인터뷰
진정한 수행자 양성도량으로

보리선원 주지 각성 스님
선원장 각성 스님은 “자비는 에너지다. 수행을 통해 에너지를 느끼고 받는 것이 실증실수(實證實修)”라며, “벽곡은 수행과정이며, 표현방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각성 스님이 보리선원에서 지도하는 수행법은 티베트 밀교 수행자인 금보리 스님이 현대인들에게 알맞은 수행법으로 제시한 대광명수지법, 보리청정관상법과 오체투지 등이다. 스님은 “보리법문의 핵심은 업을 짓는 신ㆍ구ㆍ의 삼밀(三密) 각각을 수인과 진언과 관상 수행으로 선정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성 스님은 “불법에는 종파와 국가, 민족 등 경계가 없다”며, “보리법문은 법희와 선락을 얻기 쉬운 수행법”이라 소개했다. 매년 티베트 명상음악회 등을 개최해 한국에 티베트 불교를 알려온 스님은 9월쯤 티베트 수행지침서인 <가사>를 출간할 예정이다.

각성 스님은 “보리선원은 항상 열려있다”며, 보다 많은 수행자들이 보리선원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보리선원은
티베트 불교 수행 도량으로 7호선 내방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다.
수행 중심의 가족단위 신행활동을 특징이며, 법회는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리는 정기법회와 학생 및 거사를 위한 특별법회 등이 수시로 열린다. www.putifa.co.kr (02)586-6185
글=조동섭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8-19 오전 9:1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4.1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