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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불심으로 손잡았다.
경색된 남북 관계로 남과 북 선수단이 따로 입장하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8월 8일)에 남북 불교계가 공동합의를 이뤘다.
‘해외 불법반출 문화재 환수운동’ 협의차 8월 5~9일 평양을 방문한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공동의장인 인묵 스님(봉선사 주지) 등 남측 불교계 인사 11명은 정서정 위원장(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등 북측 불교계 인사와 8월 8일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공동성명ㆍ공동합의서 서명식을 개최했다.
성명서와 합의서는 남측에서 김원웅 前 국회의원(조선왕실의궤환수위 공동의장), 인묵 스님(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손안식 부회장(조계종 중앙신도회)이, 북측에서는 정서정 위원장(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라영식 회장(조선불교도연맹 전국신도회)이 서명했다.
“남과 북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합의서는 일본 궁내청 등이 소장한 <조선왕실의궤>와 <패엽경>, 미국 보스톤 미술관 소장한 <라마탑형사리구> 반환을 위한 남북 공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남북 공조는 1965년 한일조약으로 반출문화재 청구권을 포기한 남측을 대신해 북측이 북일수교 조건으로 <조선왕실의궤> 등의 반환을 요구하고, 남북이 함께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한다.
혜문 스님(환수위원회 간사)은 “북측의 변호사 선임 위임을 받아 남북이 함께 민사소송형태로 나선 것은 약탈 문화재 반환에 새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강탈 책동을 규탄하는 남북불교도 공동성명서도 발표됐다. 남북 불교도들은 성명서에서 “일본의 독도강탈 책동은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이며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며, 일본에 독도강탈 책동 중단과 과거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촉구했다. 남북 불교계는 일본의 책동 저지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인묵 스님(봉선사 주지)은 “금강산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가는 국면에서 남북 불교계가 독도 문제와 민족문화재 반환운동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스님은 “합의서와 함께 작성된 ‘조선왕실의궤’ 환수를 위한 반환요청서는 8월 말경 일본 수상과 외무성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침략과 불교 문화재 되찾기에 하나된 남북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뜻을 모아 민족종교로서 정통성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