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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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혜초 종정 하안거 해제법어
“‘오매일여’는 선수행 기본, 논쟁은 무의미”
태고종 종정 혜초스님.
태고종 종정 혜초 스님(태고총림 방장)이 불기 2552년 무자년 하안거 해제(8월 15일)법어를 발표했다.

혜초 스님은 8월 6일 법어를 통해, 최근 불교학자들 사이에서 성철스님의 오매일여(寤寐一如)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모름지기 수행자는 언어의 유희에 휘말려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혜초 스님은 “오매일여(寤寐一如)란 잠잘 때에도 깨어 있을 때처럼 수행의 자세를 유지해야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고, 동정일여(動靜一如)란 일상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며 “이는 선수행의 기본자세를 제시한 말씀으로 이 말이 논쟁의 거리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이어 “언어는 인간이 만든 기호로 사물을 개념화하여 인식과 사고의 소자(素資)를 제공할 뿐 언어 그 자체가 진리는 아니기 때문에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언어의 유희에 의한 공허한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혜초 스님은 수행자들이 해제이후 만행에 나서면서 “동정일여의 수행자세를 잃지 않고 세상속으로 들어가 발고여락(拔苦與樂: 고통을 뿌리뽑고 행복을 주는)의 보살행을 실천하여 중생과 고통을 함께 하는 살아 있는 생활불교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하안거 해제법어 전문.

戊子年 夏安居 解制 法 語
太古叢林 方丈 慧草

벌써 戊子年 夏安居 解制日입니다.

오늘은 僞山靈祐 禪師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僞山靈祐 禪師(771-853)는 一日不作이면 一日不食 하라는 僧門의 淸規로 유명한 百丈懷海 禪師의 弟子로 僞仰宗의 創始者입니다.

僞山 스님이 少時적 百丈 禪師의 侍中을 들고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百丈 禪師가 弟子인 僞山에게 火爐를 가르키며“불씨가 있나 보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僞山 스님이 火爐를 한번 찔러보고는“불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百丈 스님이 손수 火爐를 깊이 뒤져 조그만 불씨를 꺼내 보이며 "이것은 불이 아닌가?”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僞山 스님이 言下에 大悟했다고 합니다.

衆生은 누구나가 타고남은 火爐 속에 불씨가 숨어 있듯이 各自의 性品 가운데 眞我의 불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眞我란 六朝스님이 말씀하신대로 自性이며 本來 面目이지요.

修行이란 百丈 禪師가 火爐를 뒤져 불씨를 찾아내듯이 本來 面目의 불씨를 찾아내는 作業입니다.

어느 때 僞山 禪師의 弟子인 仰山이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眞佛이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僞山禪師가 대답했습니다.

“생각없는 생각으로 微妙하고 神靈스러우며 불같은 無窮한 생각을 생각하라. 생각이 다하면 그 根源으로 들어가게 되나니 그곳은 本性과 現象이 영구불변하여 現象과 本體가 하나가 된다. 여기가 바로 眞佛이 사는 곳이다.”

또 어떤 스님이 僞山 禪師에게 물었습니다.

“道란 무엇입니까?”

“無心이 道이니라.”

“저로서는 理解하지 못하겠습니다.”

“理解하기 가장 좋은 方法은 어떤 것을 理解하지 못하는 사람을 참으로 理解하는 것이니라.”

僞山禪師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대가 당장 理解하지 못한 것을 內面으로 體認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그대의 마음이요 그대의 부처인 것이다. 만약 그대가 理解하지 못한다하여 바깥으로 追求하며 智識만을 쌓는 것을 禪道라 생각하다면 이는 마치 똥(糞)을 가지고 마음밭(心田)을 더럽히는 것과 같으니 내가 이를 道라 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僞山 靈祐禪師는 타고난 善知識이자 反面敎師였습니다. 賢明하고 老鍊하며 忍耐心을 가지고 그의 弟子들을 깨달음의 길로 引導하였습니다.

어느 날 弟子 仰山과 차(茶)잎을 따고 있을 때 僞山 禪師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온종일 함께 찻잎을 따고 있으면서 나는 자네의 발소리만 들었을 뿐 자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없네. 자네의 참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겠나.”

이때 仰山이 차나무를 잡고 흔들었습니다.

이에 僞山禪師가“자네는 단지 그 用만 알 뿐 그 體는 깨닫지 못했구나.”라고 말하자 仰山은 꺾이지 않고“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質問했습니다.

僞山은 對答 대신 沈黙했습니다.

이때 仰山이 말하기를“스님께서는 다만 體만 알 뿐 用을 알지 못하는군요.”

이때 僞山禪師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어느 날 仰山이 僞山의 房에 불쑥 찾아가

“저는 요즘 信仰心도 없고 부처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마 惡魔가 깃든 것 같습니다.”

이에 僞山禪師가 물었습니다.

“자네는 涅槃經을 보았지. 涅槃經 40卷 중에서 부처가 말한 것이 얼마이고 惡魔가 말한 것이 얼마이던가.”

仰山이 대답했습니다.

“모두가 惡魔의 말이지요.”

이 말을 들은 스승이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밭길을 걷고 있는데 僞山禪師가

“이 밭은 이쪽이 높고 저쪽이 낮지.”

“아닙니다. 이쪽이 낮고 저쪽이 높습니다.”

“내 말은 믿지 못하겠거든 水平를 가지고 재어보세. 水平보다 더 正確한 건 없을 터이니.”

이때 仰山이 말을 이어 갔습니다.

“事物은 물(水)이나 空氣처럼 일정한 體性이 없습니다. 높은 곳에서도 平平하고 낮은 데서도 平平하기 때문에 높낮이를 區分할 수 없지요.”

이 말은 들은 僞山禪師가 弟子의 道量을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스승과 弟子사이에 나누는 對話중에는 보통사람이 알 수 없는 無窮한 眞理가 담겨있습니다. 이처럼 僞山 靈祐禪師는 禪機 넘치는 道行으로 弟子들을 이끌어 갔습니다. 弟子인 仰山스님 역시 스승 못지않은 大器로 스승의 뒤를 이어 僞仰宗을 中興시켰습니다.

僞仰宗은 臨濟宗이나 雲門宗처럼 날카롭지도, 曹洞宗처럼 周到綿密하지도, 法眼宗처럼 活潑하지도 않으면서 秀越하고도 高昧한 品格과 次元높은 宗旨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僞山禪師나 仰山禪師의 道行을 龜鑑으로 삼아 修行精進에 疎忽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虛空花不實 허공에 핀 꽃은 열매가 없고,

水月非眞体 물속에 비친 달은 실체가 없네.

風起散迷雲 바람 불어 미혹의 구름 흩어지니,

慧智新月晈 참지혜의 달빛이 홀로 밝아오는구나.

요즈음 佛敎學者들 사이에 性徹 스님의 寤寐一如에 대한 論爭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性徹 스님은 <禪門正路>란 책에서 寤寐一如와 動靜一如를 말씀하신바 있습니다. 寤寐一如란 잠잘 때에도 깨어 있을 때처럼 修行의 姿勢를 維持해야하는 境地를 말하는 것이고, 動靜一如란 日常속에서도 話頭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禪修行의 基本姿勢를 提示한 말씀으로 이 말이 論爭의 거리가 될 수 없지요. 왜냐하면 言語는 人間이 만든 記號로 事物을 槪念化하여 認識과 思考의 素資를 提供할 뿐 言語 그 自體가 眞理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修行者의 立場에서 보면 言語의 遊戱에 의한 空虛한 論爭은 아무런 意味가 없습니다.

모름지기 修行者는 言語의 遊戱에 휘말려 本質을 忘却해서는 안됩니다.

事物은 저마다의 特性과 存在理由가 있고 追求하는 價値가 있습니다.

佛敎의 窮極的 存在 價値는 人生과 宇宙의 原理를 探究하여 올바른 知見을 열고 모든 衆生들의 佛性(四無量心)을 現發케 하여 바르고 福된 삶을 살도록 引導하는 것입니다.

世上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全部가 아닙니다. 그런대도 世上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物慾만을 貪하여 悽絶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世俗의 現狀은 모두를 不幸하게 만드는 私曲일뿐이지요.

이들의 그릇된 價値觀을 敎正하여 참으로 잘사는 길로 引導하는 일이야말로 修行者가 해야 할 몫입니다.

이제 衲子여러분은 이 法會를 마치고 나면 鉢襄을 걸머지고 萬行에 나설 것입니다.

여러분이 萬行을 하면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住處不擇, 動靜一如의 修行姿勢를 잃지 않고 應自誨勵, 法持進德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世上속으로 들어가 拔苦與樂의 菩薩行을 實踐하여 衆生과 苦痛을 함께 하는 살아 있는 生活佛敎를 實踐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佛菩薩의 本懷요. 出家修行者가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부디 銘心하여 實踐하시기 바랍니다.

見色聞聲是本心 빛을 보고 소리듣는 것 이것이 나의 본래 마음이거늘,

將金何必更求金 금을 갖고 있으면서 왜 또 금을 찾는가.

波無異水君知否 파도와 물이 다르지 않음을 그대는 아는가.

身是全心莫外尋 몸이 바로 마음이니 부처를 밖에서 찾지 마시요.
김성우 기자 | buddhapia5@buddhapia.com
2008-08-06 오후 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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