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투표소 문제가 또다시 말썽이다.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정당한 한 표를 행사하러 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교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관 스님이 주석하는 경국사가 위치한 정릉3동은 최근 총선 때는 개인공장 건물을, 대통령선거 때는 인근 복지관을 투표소로 활용했던 곳이다. 교회투표소 문제로 올해 2월부터 불교계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시설이 아닌 곳에서 하던 투표를 종교시설로 옮긴 곳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교회에서, 종교시설에서 투표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교시설 대부분이 교회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종교시설 내 투표소 문제는 지난 대선 때부터 불거져왔다. 문제의 심각성에 집중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 이하 종자연)은 2월 27일 ‘종교시설 투표소설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종교시설 내 투표소로 인권이 침해됐다는 4명의 청구인을 공모하고 법률자문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작성한 청구서다.
이에 3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으므로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하지 말라’는 권고를 이끌어냈다.
당시 종자연의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전국 투표소 중 종교시설 내 투표소 비율은 8.9%(1만3178개소 중 1172개소). 서울은 무려 23.1%(2210개소 중 511개소)여서 지역편중현상까지 드러냈다. 본지 조사에 의하면 18대 총선에서는 서울의 경우 전체 2210개 투표소 가운데 426개소(19.3%)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379개소(17%)로 511개소를 기록했던 대선 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다. 종교시설 내 투표소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가 무색함을, 선관위의 편의주의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교회투표소는 교육감 선거에서만 봐도 종교시설 전체 379개소 가운데 348개소, 가톨릭을 포함하면 374개소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다. 이번 투표소 가운데 절은 불광사 딱 한 곳이다.
교회투표소에서의 선교행위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타종교인들이 교회에서 투표를 하면서 겪는 불편함은 ‘편의’라는 이름으로 쉽게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선관위는 편의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인권위의 권고를 심사숙고해 실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