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臥佛)은 언제쯤 일어날까. 새벽닭이 울던 그 날로 마음 끝이 달려간다.
하루 낮밤 만에 천불천탑(千佛千搭)이 오셨다는 염원의 도량 운주사. 일주문에서부터 도량 곳곳이 불상이다. 합장하는 곳이 대웅전이고 극락전이고 설법전이다. 울퉁불퉁해진 석불의 얼굴은 중생의 얼굴을 닮아가고, 간절한 기억으로 서있는 석탑의 그림자에는 짙푸른 이끼가 끼었다.
대웅전 곁에 널린 빨간 고추 위로 여름 볕이 쏟아지고 스님이 널어놓은 이불 빨래 위로는 따가운 남풍이 지나간다. 산꼭대기에서 매미가 뜨겁게 운다. 와불이 있는 곳이다.
와불은 여전히 누워있다. 천불천탑을 세우던 그 옛날. 새벽닭이 울어 일어설 수 없었던 마지막 불상. 부처의 모습으로 왔으나 중생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와불. 중생의 모습을 보는 날. 정토(淨土)의 날은 밝아올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세상을 다 태울 것 같았던 태양이 무상(無常) 앞에 식어가는 저녁. 비바람에 깎인 석불의 그림자가 오늘도 일주문을 나선다. 시방(十方)의 시간은 식어가는 태양을 따라가고 일주문을 나선 부처의 그림자는 다가올 미래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