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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으로 언어 장벽을 넘어
진관사 국제결혼이주민 대상 산사체험

“으허허~” “우하하!” “호호호~” 비구니스님들이 수행하는 청정도량 진관사에서 난데없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대웅전을 외호하는 인왕상이 그려져 있는 홍제루에서는 사천왕을 대신해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연신 큰 웃음을 터뜨린다. 무슨 일일까? 경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은 ‘우리, 마음으로 소통하기’에 동참한 외국인여성과 한국남편들이다. 종단 차원에서 국제결혼 부부를 상대로 상담치료를 겸한 산사체험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사체험에 참가한 국제결혼 부부들은 영등포구 결혼이민자가족센터 가족들이다. 발우공양, 참선 등 산사체험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음악치료와 미술치료, 웃음치료도 체험했다. 50명에 가까운 이날 참가자 중 여성 80%가 베트남, 몽골, 중국, 태국 등 불교 국가 출신. 하지만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엔 낯설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국에 이주해와 사회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부인들은 모국에서 만큼 불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한국말마저 서툴러 종교 활동에 더더욱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복을 입고 간단한 사찰 예절을 배운 뒤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자! 배를 치면서 하하하~ 해보세요. 다만 임산부는 배를 안치셔도 됩니다.” “어머님~배를 치세요. 혹시 임신하셨나요?” “한쪽조가 하하하 하면 반대쪽 조는 허허허 하는 겁니다.”

웃음노래와 말이 필요 없는 타악기를 이용한 음악치료가 진행되면서 웃음꽃이 피고 도란도란 말문이 트인다. 주지 계호 스님과 불교상담개발원장 정덕 스님도 프로그램에 참가해 부부들과 함께 뛰고 놀며 그들의 고충을 어루만진다.


신나는 음악이후 조용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참가부부들은 눈빛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주변을 신경 쓰던 부부도 이내 옆 사람을 신경 쓰지 앉고 서로를 응시한다. 타국에 와서 느끼던 스트레스도 다른 문화로 인해 쌓였던 앙금도 모두 풀리는 순간이다.

“아내는 몽골 출신이라 불교신자입니다. 절에 함께 오기는 처음이에요. 토요일 일이 있지만 이렇게 오니 아내가 너무 좋아하네요.”(최종국ㆍ43)

“한국에 와서 절에 온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종교를 잊고 지낸 것 같아요. 부부동반 모임에 자주가긴 했지만 남편과 함께 절에 오니 마음도 편하고, 고향생각도 잠시나고 참 좋은 것 같아요.”(돌람한드ㆍ31ㆍ몽골)

5년 된 부부인 최종국씨와 부인 돌람한드씨는 “산사상담은 평상시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이일이 가정생활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음악과 미술프로그램으로 마음을 연 참가자들은 발우공양, 다담으로 사찰예절을 체험한다. “발우공양은 스님들이 공양을 하는 방법이자 수행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먹을 때는 반찬그릇을 돌려 나눠먹기 때문에 누군가 욕심을 부리면 뒷사람이 못 먹게 되죠. 발우공양을 통해 자리이타의 불교정신을 배우길 바랍니다.”

설명하는 스님의 말씀을 모두들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도 잠시, 곧이어 “설거지 후 퇴숫물의 고춧가루는 다 먹어야 한다”는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임신 8개월을 맞아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알리바올가(29ㆍ러시아)씨는 “절에서는 처음 생활하는 거라 많은 것이 힘들었다. 특히 발우공양 할 때 설거지가 힘들었지만 하나도 남기지 않게 먹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었다”며 “반찬을 배분할 때도 누구하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먹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발우공양 등 산사수행을 경험한 참가부부들은 휴식시간 틈틈이 비가 오는 경내를 손을 잡고 거닐며 그동안 못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날 참석한 이주여성들은 각자의 고민을 듣고 서로 아픔 보살피는 시간에서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가장 힘든 요인으로 꼽았다. 참가자들은 문화적 차이도 민족의 차이도 소통만 된다면 극복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에 가장 행복했을 때는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있을 때였다. ‘아이를 낳았을 때’ ‘남편과 함께 웃고 활동할 때’ 등이 한국에서 행복했을 때라고 말했다. 피부색도 문화도 다른 이들이었지만 각자의 아픔과 행복은 비슷했다. 참가부부들은 각자의 아픔과 행복을 들으며 서로를 보듬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부처님의 은은한 미소를 뒤로 이렇게 진관사의 7월은 흘러갔다.
글=노덕현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8-07-22 오후 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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