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헌법 제20조 제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해 국교의 부정과 정교분리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정교관계는 분리와 상호존중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종교계가 평화적 촛불집회문화를 위해 나서면서 종교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고,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종교편향행위로 종교권력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7월 8일 만해 NGO센터에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현주소’라는 심포지엄을 열었고, 계간 <불교평론>은 최근호에서 ‘종교와 정치권력’이란 주제의 특집을 실었다. 불교단체시국법회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수경)가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주권재민ㆍ정교분리의 헌법정신 구현’을 목표로 상설조직으로 개편되는 등 불교단체들의 종교편향 불식을 위한 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정교분리와 종교편향문제 등에 대한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종교권력의 대두=유승무(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평론>에 발표한 ‘종교권력 현상의 문제점’이란 논문에서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 사회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교권력 현상이 발생했고 또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개신교 연줄은 ‘고소영’이라는 신조어에 등장하는 소망교회 인사들이 인수위 단계부터 다수 참여하는 등 ‘정치권력-매개-종교권력’ 현상을 보였다”며 “국가나 정치가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도록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구(호남신학대) 교수는 ‘교회권력과 정치권력, 그 만남과 갈등의 역사’라는 논문에서 “종교와 국가는 자신의 고유한 활동영역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건전한 감시의 시선과 비판적 충고를 하는 긴장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회투표소 선정문제=종자연 심포지엄에서 허진민 변호사는 ‘종교시설투표소로 바라 본 공공영역 종교자유’란 발제에서 17대 대선 교회투표소 선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편리성만을 강조한 선관위의 전국 1,160개에 달하는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로 인해 정교분리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며 “종교적 요인으로 투표율이 감소해 대의민주주의 또한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선관위 교회투표소 선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런 헌법소원청구는 특정종교 투표수 문제가 차후 선거에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위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학내 종교자유=김기현 변호사는 종자연 심포지엄에서 ‘사립학교 종교교육과 종교자유침해에 대하여’란 발제를 통해 “현행 헌법 및 교육관계법령에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종교교육은 반드시 복수선택권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며 “대광고가 ‘예배’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내용의 교육이라도 그것이 강요될 때는 교육으로써 의미가 없다”며 “정부에서 학생인권 침해요소에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행해 종립학교의 종교 강요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 종교편향=종자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의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법학자(15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조인들은 공직자의 정교분리 위반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가 근무시간 중 사적으로 특정종교행위를 주관하는 행위’가 정교분리 위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95%가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로 응답했다. 또한 ‘공직자가 직무와 무관하게 특정종교를 찬양 또는 비난하는 행위’가 정교분리 위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80.1%가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로 대답해 공직업무 외 사적업무에도 공직 신분이 적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효원 연구원은 논평에서 “최근 시국미사, 예배, 법회 등 종교의 사회참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직자의 중립과 정교분리를 위해서는 급변하고 있는 종교계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종교관련법이 제ㆍ개정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편향 감시활동=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7월 8일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부재와 독선, 종교적 갈등고조 등 국민통합을 해치는 행동과 정책을 끊이지 않고 있고, 이는 임기 중 계속될 개연성이 매우 커 지속적으로 종교편향 행위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는 9일 “국가공무원법에 종교운동 금지 조항 추가, 초중등교육법에 종교강요 행위 등 금지 조항 추가 등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법개정 후 공직자 종교편향 매뉴얼 제정과 대통령령 및 국무총리령 공포와 공직자 종교편향에 대한 교육자료 발간 및 교육실시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