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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지폐에 실린 ‘계상정거도(보물 제585호)는 아마추어 수준의 위조자가 만든 졸렬한 위작입니다.”
2008년 5월 20일 발간된 <진상-미술품 진위 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 刊)에서 “1000원권 뒷면 그림 등 서화작품 90%는 가짜”라 주장한 이동천 박사(서울대 동양화가 작품감정론 강사)가 강연에서 자신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7월 5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에서 ‘계상정거도 왜 가짜인가’를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이동천 박사는 ▲화폭에 그려진 부분만으로 감정 ▲화폭 그림과 장표 부분 감정 ▲그림과 실물 비교를 통한 감정 등 3부로 나눠 ‘계상정거도’가 가짜임을 밝혔다.
이 박사는 “‘계상정거도’는 작품의 본질적 부분인 필획과 묘사 등이 진작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며, ‘우화등선’ ‘불정대’ 등 정선의 다른 작품을 소개했다.
이동천 박사는 “정선의 붓놀림은 굳세고 빨랐다. ‘계상정거도’는 느리고 무기력하고 자신감 없는 필획과 어설프고 유기적이지 못해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사물 묘사를 하고 있는 등 위작이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잠미, 사미, 필근, 화수 등 필획의 결미를 통해 정선 특유의 필획을 정리한 이 박사는 “기와지붕, 소나무, 물결 묘사 등 ‘계상정거도’는 정선의 다른 작품과 확연히 비교되는 졸렬한 위작”이라 평가했다.
‘계상정거도’는 표구 부분까지 그림이 그려졌다. 이동천 박사는 “표구 부분은 그리지 않고 마감하는 것이 상식이다. 표구 부분까지 그려진 것은 베끼는 과정에서 제대로 그리지 못한 탓이며, 위조자가 아마츄어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라 설명했다.
그림과 실물의 비교도 이어졌다. 이동천 박사는 ‘계상정거도’와 실제 서취병 전경을 함께 보이며, “도산 옆 서취병 부분이 낮게 그려졌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퇴계 이황의 <도산잡영> 등 서취병을 묘사한 서적까지 인용해 조목조목 ‘계상정거도’가 잘못 그려진 위작임을 밝혔다.
‘계상정거도’를 두둔하는 미술사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동천 박사는 “5월 26일 방송된 ‘생방송 화제집중’ 프로그램에서 미술사가 이태호 교수가 도산 옆 서취병이 실경에 의해 그려졌다고 주장한 것은 서취병의 낮은 부분을 높은 부분으로 속인 것”이라 폭로했다
“감정되지 않은 것은 어느 것도 믿지 않고 사실에 의해 감정해 가는 것이 감정의 시작”이라거나, “미술품 감정은 순간의 판단이 아닌 순간의 판단을 위해 쉼 없이 준비하는 것”이라 말한 이동천 박사의 학문은 수행과 다름 없었다. 한편 이동천 박사의 특강은 서울대 중앙도서관(library.snu.ac.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