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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것은 대승보살행이다.” “보시 가운데 신체 각 부분을 보시하는 공덕이 가장 크다.”
장기 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보살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말하는 2007년 8월말 현재,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2만여명. 이중 장기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얻는 이는 1200여건이고, 이들에게 장기를 제공한 뇌사자는 106명에 불과해 장기 기증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자 장기 기증 희망자는 전체 불자의 10% 뿐이다. 이는 이웃종교인 60%가 장기 기증을 약속한 수치와 비교해 초라하다.
이런 가운데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가 7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적 관점에서 본 장기기증’을 주제로 연 세미나는 장기 기증에 대한 불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는 우희종 교수(서울대)와 이수덕 회장(생명나눔실천본부 후원회)의 발표에 이어 박광서 교수(서강대)를 좌장으로 곽만연 교수(동아대),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가 발표자들과 함께 종합토론 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우희종 교수는 ‘생태적 사고와 생명나눔’이란 논문을 통해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것이 대승적 보살이라는 관점에서 교계가 장기이식에 관해 적극적 입장”이라 소개했다. 우희종 교수는 “연기적 관계로 본 생명나눔은 입전수수 하는 자세로 즐겁게 동체대비 하는 보살행”이라며 장기이식과 장기 나눔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수덕 회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본 생명나눔’이란 글에서 장기기증에 관한 전거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금강경> 제1분의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옴)’의 본처가 바로 동체 혹은 법계일상(法界一相)을 깨닫는 자리”라며, “동체사상의 견지에서 장기기증은 누구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내 몸 일부분이 필요하는 곳으로 자리바꿈 하는 것뿐이다. 장기기증이 부처님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보시행으로 장기기증을 설명한 이수덕 회장은 “보시 중 신체 각 부분을 보시하는 것이 가장 크다. 참다운 보시행을 하는 불자라면 장기기증도 주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기이식 대기자들의 마음가짐도 강조됐다. 이 회장은, “환우들이 속히 자기 차례가 와 장기이식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은연 중 다른 사람의 죽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수덕 회장은 “장기기증 대기자에게 의업(意業)을 짓게 할 수 있다”며, 단순한 장기기증 이상의 교화를 거듭 강조했다.
곽만연 교수는 “한국 환우들이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장기기증은 뇌사상태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권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투철한 자비정신으로 유교적 육체관을 극복하고 이웃을 위해 장기기증이라는 자비행을 실천하자”고 역설했다.
박병기 교수는 “불교윤리는 자신의 내면을 향한 깨달음의 윤리와 자신과 인연 맺은 모든 존재자들에 대한 자비의 윤리로 나뉜다”며, “장기 이식을 권할 불교윤리적 근거는 자비와 보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