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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중인 수좌들이 길을 나선 까닭은?
수덕사 스님들 ‘백제의 미소 길 걷기’ 행사
‘가야산 관통도로 중단’ 촉구
여름 안거 결제 중인 수좌 스님들이 선방을 나섰다. 7월 1일 수덕사 스님들은 반결제를 맞아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옹산)가 주최한 충남 예산 가얀산 관통도로 건설 중단과 ‘백제의 미소 길’ 조성 촉구를 위한 걷기 대회에 참석했다. ‘백제의 미소 길’이란 충청남도가 가야산 관통 도로를 내려하자 가야산 연대의 제안으로 사람이 걷는 길로 만들자는 제안에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로 2회째 맞이하는 ‘백제의 미소 길 걷기’행사에는 설정 스님(수덕사 수좌), 옹산 스님(수덕사 주지), 우송 스님(수덕사 유나), 정범 스님(가야산연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수덕사 조인선원과 정혜사 능인선원 등 제 7교구 본ㆍ말사에서 수행정진 중인 스님 300여 명과 재가불자 100여명이 동참했다.

이날은 원래 반결제 일로 결제에 들어간 스님들이 지나간 수행을 점검하고 앞으로 수행에 정진하기 위한 시간이며, 가벼운 몸 풀기 산행과 삭박, 목욕 등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왜 스님들은 ‘백제의 미소 길’ 산행에 올랐을까? 이유는 지난 1년여 간 가야산 개발 저지에도 불구하고 충청남도가 차량 통행용 순환도로를 추친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를 제지하기 위해 나선 것.

충청남도는 가야산에서 서산 쪽에 위치한 ‘마애삼존불상’과 ‘보원사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산 넘어 반대편에 있는 예산지역의 문화재와 관광지 등을 쉽게 접근하기 위해 가야산 관통도로 설치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보은사지 밑에서 덕산으로 연결돼는 도로가 나있다. 또한 서산지역으로 뻗어있는 대부분의 산은 산림청 소유로 차량 이동을 차단한 채 숲속의 학교와 산림욕장 등을 만들어 놓고 운영 중이다. 그런데 충청남도의 계획대로 ‘관통도로’가 뚫릴 경우 ‘환경 박물관’인 가야산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가야산이 환경박물관이라는 것은 충청남도가 환경보전 종합대책기본계획을 위해 지난 2001년 가야산 일대를 조사한 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너구리, 노루, 고슴도치, 족제비, 두더지, 박쥐, 부엉이, 올빼미, 꾀꼬리, 멧비둘기, 새매, 소쩍새, 닥새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나무, 굴참나무, 으름넝쿨, 경경류 등 100여종이 자생하고 딱정벌레목, 나비목, 메뚜기목, 노린재 목, 사마귀목 등과 같은 곤충이 서식하는 등 전체 식생상태가 계룡산국립공원의 2.5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차량 통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생태 환경은 어떻게 될까.

덕숭총림 사부대중의 이번 산행은 가야사지에서 출발해 보원사지까지 ‘백제의 미소 길’ 약 7km 구간을 걸으며 가야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날 설정 스님은 산행에 참가한 사부대중에게 “그 옛날 여기는 민가 하나 지나면 절어 있고, 절 하나 지나면 민가가 있을 만큼 절이 많고 백제시대 때 5000여 명의 스님들이 살았던 곳”이라며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을 가진 ‘야단법석’이라는 말도 이곳에서 나온 말이다”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이 곳 가야산에는 많은 자연 생태계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니 만큼 자연 그대로 유지 돼야 하고, 이곳에 있는 문화유산 또한 보존해야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옹산 스님은 “지금 만들려는 도로가 군사 도로도 아니고 산업 도로도 아닌 관광 도로인 만큼 이 아름다운 가야산을 위해 담당 관료들이 하루빨리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범 스님은 걷기 행사에 앞서 ‘가야산 관통 도로 건설 중단과 백제 미소길 조성 촉구를 위한 다짐 대회 결의문’을 발표했다. 정범 스님은 “생태환경이 우수하고 옛 절터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산 자체가 문화 유적지인 국대 유일한 산”이라며 “가야산을 통째로 생태역사 박물관으로 지정하고 세계 복합 유산 등재 추진”을 제안했다. 또한 “관통 도로 대신 사람이 다닌 길을 만들지 않으면 ‘관통 도로 저지 투쟁’으로 전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효선 기자 | mindinhot@empas.com
2008-07-10 오후 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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