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한 명성 스님(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이어 한국 여성불자를 대표해 주제발표한 혜선 스님(동국대 박사)과 이향순 교수(美 조지아대) 발표문을 정리했다.
#“대행 스님의 개방적 태도가 도심포교 성공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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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대행 스님이 1972년 한마음 선원을 설립한 것은 산중수행을 마친 후 참선을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실천한 것”이라 말했다.
비구니로는 처음 한국불교 현대화에 성공한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의 가르침을 ‘지금 이곳’에서의 수행, 일상생활의 법으로 정리한 스님은 “사회변화에 대한 대행 스님의 개방적 태도는 선이 일상적인 행위임을 강조한 가르침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전통적 수행방식과 현대사회의 접목에 대해 “현대사회에서 효과적인 포교를 이루려면 수행 프로그램과 사찰구조 및 의식(儀式)의 형태가 단순명료하고 접근이 용이하며 집중력이 높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혜선 스님은 도심 포교에 성공한 한마음선원의 특징을 ▲한자가 아닌 구어체 한국어 의식집전 ▲석가모니불만 봉안해 단순화한 법당 ▲향, 초, 꽃, 청수, 떡으로 간소화한 공양물 ▲ 정해진 기도기간 없이 스스로 정진하는 풍토 등으로 꼽았다. 스님은 “시대를 선도하는 불교가 되기 위해서는 대행 스님과 같은 사회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조선조 왜곡된 비구니 역사 바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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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승방은 청룡사, 청량사, 미타사, 보문사 등 4개사찰로 조선시대 여성불자들의 신앙과 수행 중심지다. 조선의 억불정책에 따라 1475년 도성안과 주변 비구니 사찰들이 강제로 철거될 때도 공식적으로 존속을 허가했다.
이 교수는 “사승방은 한국 여성불자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지표”라 전제하고, 왕실 출신 비구니가 많아 왕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청룡사를 중심으로 사승방의 역사를 살폈다. 이향순 교수는 “왕실 원찰이던 청룡사는 창건 이래 줄곧 비구니 사찰로 운영된 유일한 사찰”이라며, “17세기에 정업원, 인수궁, 자수궁 등 왕실여인을 위한 비구니 절들이 사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과 달리 불자의 수행공간으로 존재해왔다”고 설명했다.
청룡사 주지스님들 대개가 조선 사회 지배계층 출신이었다는데 주목한 이 교수는 16세기 청룡사 주지를 지냈던 예순 스님을 소개했다. 예순 스님은 조선사회가 비구니에 대해 지녔던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향순 교수는 3년여에 걸친 연구결과를 종합해 “예순 스님이 악명 높은 탕녀로 폄하돼 간통녀로 낙인 찍힌 것은 잘못됐다. 예순 스님은 총명하고 신심 깊은 선수행자로서 광해군 왕비인 유씨 등 대궐의 많은 여인들에게 생불로 추앙 받던 비구니”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예순의 일화는 빙산의 일각이다. 조선시대 불교 존속에 크게 기여했으나 역사의 그늘에 묻힌 다른 비구니들의 삶도 조명하자”고 제안했다.
tip-샤카디타, 세계여성불자대회는 |
샤카디타는 세계최대 불교여성단체로 1987년 2월 인도 부드가야에서 결성됐다. 여성불자들의 권익을 위해 세계 45개국 2000여명 회원과 후원자들이 활동 중이다.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대회는 1987년 인도대회를 시작으로, 태국, 스리랑카, 라닥, 캄보디아, 네팔, 타이완,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서 열렸다. 전세계 여성불자들의 내면적 평화와 상호화합, 세계평등을 위해 범세계적 운동을 펼쳐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