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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주는 것과 놀이치료는 엄연히 다르다. <어린이 마음 치료>는 어린이 놀이치료의 개척자, 놀이치료사의 멘토 정혜자 선생의 30년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마음치료서다. 놀이치료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학술이론서를 넘어 오랜 시간 마음을 닫아버린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갈등과 고뇌를 정화하고 전인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의 생생한 기록이다. 놀이를 벗 삼아 치유의 해답을 찾아가는 어린이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저자 자신도 다독임을 받고 있노라 고백한다. 오히려 ‘어린이가 나의 스승’이라 말한다.
자기 문제에 파묻혀 스스로 얽어 만든 어둡고 작은 고치 속에 웅크린 어린이들이 놀이치료를 통해 세상과 호흡하기 시작한다. 아픔을 극복해 가는 60여 건의 임상 치료 사례는 마왕을 어진 왕으로 변화시키고 자유의지를 탄생시킨다. 저자가 소개하고 분석하는 극단적이고 특수한 경우는 아동 심리의 보편적 심층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어린이 마음 치료>는 어린이와 치료사 사이의 공감대 형성과 인내와 존중으로 진행된다. 어린이는 마음을 열기까지 겪게 되는 좌절과 미로의 험로를 이겨내고 개척해 간다. 서서히 형성되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받은 감성은 회복된다. 아이는 치료자와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고 긴장을 이완하면서 방어기제로 은폐했던 잠재의식을 마음 놓고 열어 보인다. 전진과 퇴보를 반복하던 일상의 현실 검증 능력을 비교적 무난히 유지하려 애쓰면서 조심스럽게 무의식을 개방한다.
저자는 존경받는 불가의 스승으로부터 심리학보다 더 넓은 인간 이해의 길을 엿본다. 노자의 <도덕경>과 불경 속에서 자연의 ‘덕(德)을 형용한 현(玄)’과 대자 대비한 구원의 존재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일깨운다. 노자가 세상을 향해 조용히 들려주는 ‘현덕’은 어린이를 만나고 그들의 성장 잠재력을 일깨우는 치료자가 본받아야 할 덕목으로 강조한다. 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은 이심전심의 교감과 온정을 베푸는 치료자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호옥(흰 옥)에 무늬를 새기면 호옥이 지닌 덕(德)을 죽이고, 호옥을 갈고 닦으면 오히려 호옥의 본래 빛을 발한다. (皓玉無瑕彫文喪德 皓玉無瑕琢磨增輝)’는 선시(禪詩)를 교훈으로 삼는다. 차갑고도 따뜻한 호옥의 마음으로 치료자 본인의 마음을 순화시켜야함을 강조한다. 어린이 마음치료에 있어 지녀야할 윤리적 책무와 덕목에 대한 당부의 마음을 함께 담았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불교 상담관련 논문을 썼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폐아들과 일반 어린이를 통합하여 교육했다. 어린이 심리치료를 연구하는 인간발달복지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어린이 마음을 읽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해왔다. 현재 한양대학교 대학원과 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에서 배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