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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선서의 일부다. 이 선서는 불교의 오계 중 제1계 ‘생명을 죽이지 말라’와 내용이 상통한다. 나이팅게일의 후예인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붓다의 딸’로 거듭났다.
국군 간호사관학교 불자 생도 및 간부들은 6월 24일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며 일면 스님(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을 수계사로 수계를 받았다. 이날 수계를 받은 불자는 35명으로 간호사관 생도 24명과 간부 11명이다.
이날 일면 스님은 “수계를 받고 못 지키면 어떡할까 하는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계는 불자가 아닌 누구라도 진실하게 지키며 살아간다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순간만이라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것으로 됐다”며 “계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님은 간호 사관생도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상대방을 해(害)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노루에 쫓기는 포수 이야기를 하며 생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던 나무꾼에게 사슴이 다가와 포수에게 쫓기고 있으니 목숨을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무꾼은 사슴을 가엽게 여겨 바위 뒤에 숨겨줬다. 그러자 곧 포수가 나타나 사슴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나무꾼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포수에게 거짓말을 해도, 혹은 진실을 말해도 오계 중 어느 하나는 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님은 “물론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나무꾼은 오계를 어기는 것이겠지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듯이 생명을 위해 사사로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하지 않느냐”며 “만약 전쟁이 일어났다면 나에게 큰 적이 되고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상대라면 해할 수밖에 없고, 해하는 것만이 죽을 목숨을 살리는 일 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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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세 번째 계를 받았다는 홍예지(3) 생도는 “우리 간호 사관생도들은 환자를 보살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계 중 제 1계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라 가끔 수계 받을 당시의 다짐이 흔들리곤 해 이렇게 여러 번 계를 받게 됐다”며 “하지만 오늘 일면 스님의 말씀을 듣고 현명하게 오계를 지킨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한편, 이날 수계 법회에서는 그동안 주지가 없었던 자운대 의무부대 호국약천사 주지 임명식이 있었다. 이날 약천사 주지로 임명된 동학사 교무 도일 스님은 1985년 일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2년 동학사 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중국 운남대 대학원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