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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유의 정서와 불교를 융합해온 소설가 한승원이 네 번째 시집 <달 긷는 집>을 냈다. 고희를 바라보며 문단에서 보낸 4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의 열정으로 빚어낸 읊조림이다.
산사에 피고 지는 꽃에 버무려진 어린 시절 고향의 향수는 무상하다. 무위사(無爲寺)에서 만난 구름 나그네가 일러주는 삶이란 애초에 없던 내 마음을 그려낸다. 토굴에서 차를 마신다. 사랑하는 나의 허방에서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과 같은 자화상과 만난다. 시인의 기억 속에 저장된 생의 흔적들이 다양한 사물과 만나 연민어린 대화를 나눈다. 총 71편의 시에 담긴 시인의 긴 호흡은 문학의 본질을 오롯이 드러낸다.
<달 긷는 집>은 옷감의 결과 무늬와 바느질 흔적과 호주머니를 없앤 들꽃과 같은 수수한 시집이다. ‘만유(萬有)’와 대화해온 한승원의 문학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바다와 꽃에 더불어 불교적 색채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시의 생명력에 묻어나는 시인의 개성이 마음 한 자락 허허롭게 내어주며 아쉬움 없다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