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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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봉정암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

지극한 마음으로 오른다. 누굴 만나기 위함인가.


해발 1200m. 봉정암은 먼 길이다. 백담사에서 출발한 길은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을 지났다. 다섯 시간을 걷고 오세암에서 1박을 했다. 다람쥐가 눈을 맞추며 따라온다. 이제 남은 이정표는 봉정암 뿐이다. 잠시 바위에 앉아 모자란 숨을 채운다. 설악산이 짙어간다. 기다리고 있을 길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걷는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고 마침내 하늘과 닿은 길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남은 숨을 몰아쉬며 길 끝에 오른다. 지팡이를 짚고 선 백발의 할머니가 두 눈을 감고 합장을 한다. 봉정암이다.


봉정암 전각들은 설악산 나무와 어깨를 기대고 흰 구름 내려앉은 곳에는 부처님사리탑이 서 있다. 사리탑 안에는 신라 자장(慈藏, 590~658) 스님이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길었던 하루가 저물고 봉정암에 밤이 온다. 사리탑 위로 석양이 내리고 정성스레 합장한 불자는 고요한 어둠 속에서 부처님을 만난다. 기다렸던 만남. 한 걸음씩 내딛었던 시간들은 합장한 손끝에 물들고 간절했던 마음은 멀고 먼 그 옛날로 달려가 안긴다.


언제 나왔을까. 은빛 반달이 도량을 물들이고 있다. 마음으로 오르지 않는 봉정암은 멀었고 마음으로 디딘 첫 걸음 속엔 이미 봉정암이 있었다. 부처님을 찾아 떠났던 발걸음은 이제 부처님 품에서 잠이 들고 사리탑 긴 그림자는 시방(十方)으로 내려간다. 별들이 몰려온다. 이제 누굴 만날 차례인가.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jwpark@buddhapia.com
2008-06-28 오전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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