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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창호 장인 사랑방 문 활짝
북촌에 ‘청원산방’ 개원한 소목장 심용식씨
서울 종로구 북촌에 청원산방을 개원한 소목장 심용식씨.

소담스런 고택의 사랑방에서 이른 여름의 더위를 식힌다. 고택의 진가를 헤아린다는 것은 그 집에 살아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 서까래 실못에 걸린 ‘돼지 코’가 유머러스하다 문득 생각하면서도 이곳에 함께 머무는 이들에게 복덕(福德)이 가득하길 발원하는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정겹다.

“40년이 넘는 시간을 바치고서야 겨우 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우리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창호를 제작하고 널리 알려온 심용식(56, 성심예공원 대표, 서울시 무형문화재) 소목장(小木匠)이 북촌 한옥 마을에 ‘청원산방(淸圓山房)’을 개원했다. 형태만을 위주로 삼는 모방이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의 심성에 걸맞은 맞춤 창호로 인정미(人情味)를 탐구하는 사랑방이고자 한다.

청원산방은 항시 개방하고 문화인의 사랑방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맑고 둥글다’는 뜻의 ‘청원’은 심용식 소목장의 아호다. 추사 김정희의 필체가 담긴 주련을 비롯해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현관부터 손님을 반긴다. ‘ㄷ’ 자형 한옥에 어우러진 정원으로 마당에 서면 각기 다른 문과 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편에 자리한 시연장에는 300여 점이 넘는 옛 공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랑방의 현판 ‘계수헌(桂樹軒)’은 초정 권창윤 선생이 ‘청원산방’ 글씨와 함께 썼다. 전통문화와 창호의 앞날을 은은한 달빛처럼 비춰 주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고 한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하는 한옥 장인들의 숨결이 청원산방의 면모를 더욱 높여준다.

창호에 대한 장인정신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보기에 듬직하면서 여닫는데 전혀 무겁지 않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장중한 멋을 풍기는 창의 의젓함을 두고 스님들의 칭찬이 뒤따른다. 산불로 2005년 전소된 낙산사 원통보전의 법당 문을 원형 그대로 복원 하며 느낀 감회 또한 남다르다. 불상이 모셔진 법당에 드는 바람세와 빛의 양을 고려해 심혈을 기울였던 시공이었음을 되뇌었다.

심용식 소목장은 좋은 나무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 구석구석 발걸음 내딛지 않은 곳이 없다. 춘향목이 지닌 성질을 살려 올곧고 향기로운 창호를 제작해왔다. “손의 감각은 기억한다고 믿습니다.”그가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다. 이러한 열정을 인정받아 2008년에는 ‘서울전통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청원산방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북촌에 좋은 한옥은 많지만 마음 편히 둘러보도록 문 연 곳이 없어 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청원산방’을 열었으니 후학양성 뿐만 아니라 대중화에 회향하고자합니다.”

심용식 소목장이 목수의 길을 선택한 데는 거창한 명분이 없다. 묵묵히 쓰다듬어 온 장인의 숨결이 나무의 결로 회통하고 있었다. (02)715-3342
가연숙 기자 | omflower@buddhapia.com
2008-06-27 오후 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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