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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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묵묵히 생명나눔 하려해요”
장기기증 서명 운동 등 실천하는 우엽 스님
생명나눔과 장기기증에 앞장서고 있는 정암사 주지 우엽 스님

최근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서울대 병원에서 뇌사판정을 받았던 故 이용기(34)씨가 6월 8일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것이다. 이씨의 신장ㆍ간장ㆍ췌장ㆍ각막 등을 이식받은 환자들은 다시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됐다. 생명나눔 사상이 사회 속에 많이 전파되긴 했지만 자주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기에 이씨가 남기고 간 소중한 생명나눔 행위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씨가 이렇게 장기기증을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을 설득하고 이끌어준 사람이 있다. 단양 정암사 주지 우엽 스님이다. 알고 보니, 스님이 장기기증 사례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스님은 그 동안 몇 차례나 남모르게 뇌사 환자가족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해 알리고, 설득해왔다. 스님은 왜 이런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것일까.

우엽 스님은 생명나눔실천본부와 공적으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1994년 前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조직할 그 무렵, 스님은 법장 스님의 사상이 좋아 이를 따르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했다. 스님은 사후 장기기증, 각막기증, 조직기증 등을 약속하며 장기기증서약서에 서명했다.

스님이 ‘생명나눔 사상’에 동참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스님 자신이 신장의 기형으로 인해 점차 신장이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어 자주 병원을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식받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분들을 보니 자발적 장기기증 운동이 많이 늘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후부터 스님은 사찰 법회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생명윤리나 장기기증을 주제로 자주 이야기를 하게 됐다. 생명나눔실천본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장기기증에 관련된 홍보물을 제공받아 사찰 한 쪽에 비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스님 사찰 신도들이 하나 둘, 장기기증을 서약하게 됐다. 한 사찰에서 30명의 장기기증서약 회원 등록.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우엽 스님이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 모습

스님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직접 뇌사자 가족들을 찾아가 장기기증을 하도록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생명나눔’이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죽은 후의 ‘사체(死體)’라 할지라도 ‘내 소유’라는 개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사회 분위기가 전통적으로 매장 풍습을 선호하는데다 장기기증이나 조직기증이 사체 훼손이라 우려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도 크다. 뇌사자와 식물인간의 개념 혼란도 장기기증 운동에는 큰 걸림돌로 작용됐다.

그러다 보니 스님도 장기기증을 알리며 시행착오도 몇 차례 겪었다. 한 번은 뇌사자 가족들로 인해 오른쪽 손을 다치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장기기증 약속을 받았는데 장기적출 가능 시기를 놓쳐 무산 된 적도 있었다.

“한 두 번 그런 경험을 겪고 나니 장기기증에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용기씨의 경우에는 가족들을 빨리 설득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스님은 가족들을 설득할 때는 무작정 장기기증의 사회적 당위성을 내세워 권하지 않는다. 그들이 심정적으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보상차원에서 49재는 물론, 기제사까지 무료로 지내주고 있다. 스님은 그것이 그들에 대한 보답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들로 스님은 2006년 ‘장기기증 감사의 밤’ 행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스님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23살, 20살, 17살 난 아이들은 스님이 정식으로 입양한 ‘친 자식’들이다. 갓난쟁이 때부터 아이들을 돌봐온 스님은 이에 대해 “절집에서는 예전엔 흔한 일이었다”며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을 아끼고,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엽 스님. 장기기증 캠페인도, 아이들을 키우는 일도 스님에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정말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스님이 생명나눔에 다가서는 길을 하나 일러준다.

“타종교와 비교해 숫자가 많고 적고를 떠나 불자들은 흔히 ‘방생’하러 자주 다니잖아요. 주변에 누군가 아플 때 ‘나’와의 인연이 좋든 좋지 않든 병문안을 가세요. 그러면서 병원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유심히 보세요. 그러다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느낄 것입니다. 우선은 병원에 가보세요. 저는 그것이 방생이라 생각합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6-20 오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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