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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과 할보를 아시나요?
문화재청, ‘수난의 문화재 이를 지켜낸 인물이야기’ 출간
해체 복원돼 국립중앙박물관 중앙복도에 자리잡은 경천사10층석탑
일본강점기 약탈됐던 ‘경천사 10층 석탑’, 일본 신사에 있던 ‘북관대첩비’, 한국전쟁으로 소실될 뻔 했던 상원사ㆍ화엄사ㆍ해인사, 도난됐던 ‘건봉사 진신치아사리’의 공통점은 누군가에 의해 우리 문화재로 지켜졌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6월 5일 발간한 <수난의 문화재 이를 지켜낸 인물이야기>에는 ‘경천사 10층 석탑’ 등 문화재를 지킨 이들의 이야기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경천사 10층 석탑’를 반환케 한 배설과 할보
경천사10층석탑 강탈 사실을 보도해 반환에 도움 준 어네스트 베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 복도에 자리한 국보 제48호 경천사 10층 석탑(이하 경천사 탑)이 해체된 채 포장 속에서 11년간 일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1907년 경천사 탑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는 고종 황제의 명을 사칭했다. 개풍군민 등이 이를 반대하자 200여명의 무장병력까지 동원해 총ㆍ칼로 경천사 탑을 강탈했다. 경천사 탑 강탈 사실에 조정도 숨죽인 때 영국인 어네스트 베셀과 미국인 호머 헐버트는 이 사실을 각각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리뷰>에 보도했다. 베셀과 헐버트의 보도에 경천사 탑의 강탈을 부정하던 일본 정부도 강탈 사실을 시인했다. 국내외 여론의 계속된 반환 요구에 결국 다나카는 경천사 탑을 반환해야 했다.

경천사10층석탑 강탈 사실을 어네스트 베셀과 함께 사실 보도해 반환에 도움 준 호머 헐버트.
경천사 탑이 한국에 돌아왔지만 훼손이 심했다. 광복 때까지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해체된 채 방치됐던 탑은 1959년 경복궁 안에 세워졌다. 1962년 12월 국보 제48호로 지정됐지만, 수차례의 보수에도 경천사 탑 보존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다시 해체ㆍ보존ㆍ복원 작업이 끝나고 수백점으로 조각났던 경천사 탑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우뚝 섰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경천사 탑의 현재는 대한민국 문화재 보존 과학의 쾌거라 말한다. 하지만 경천사 10층 석탑은 일본의 문화재강탈을 목숨 걸로 막았던 개풍군민과 진상을 세상에 알렸던 배설(베셀)과 할보(헐버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은 러일전쟁 때 일본이 가져가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방치했던 ‘북관대첩비’를 돌려받은 초산 스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북관대첩비’는 1709년 함북 길주에 임진왜란 전승을 기록해 세운 것으로 2005년 반환 받아 2006년 북한 측에 전해졌다.

한국전쟁 당시 오대산 상원사를 불태우려던 군인들을 “법당과 함께 나도 태워달라”며 지킨 한암 스님, 1951년 8월 경남 사천에서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합천 해인사를 지켜낸 장지량 前 공군참모총장 이야기, 빨치산 토벌을 위해 지리산 화엄사를 소각하라는 명령을 문짝을 태우는 것으로 대신했던 故 차일혁 총경 이야기, 도난된 건봉사 진신치아사리가 돌아온 이야기 등도 실렸다.

책 출간을 기념해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책 주인공들을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했다.

6월 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문화재청 이건무 청장은 “문화재 소실은 역사와 문화를 잃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 ‘문화재 지킴이’ 역할을 했던 분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마로 소실된 지금, 지리산 화엄사를 지킨 故 차일혁 총경의 말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도 부족하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6-14 오전 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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