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경>과 비견될 한국 불교의 스테디셀러는 단연 조계종 소의경전 <금강경>일 것이다. <금강경> 종류 또한 방대해서 도서사이트에는 200종이 넘는 <금강경> 번역ㆍ해설서가 검색된다.
개신교도들이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성경>을 출간했다면, <금강경> 출간은 철인(哲人)의 진리 희구 때문일까? 반야의 가르침처럼 무애하고 상(相)을 여읜 <금강경> 탓일까?
탄허 스님, 무비 스님, 故 백성욱 박사, 경제전문가 우승택 지점장(삼성증권), 도올 선생 등 출가수행자, 불교학자는 물론 이웃종교인까지도 출간한 <금강경>을 보면 가히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이런 가운데 2008년 7월 <금강경> 한 종이 더 출간된다. 200여종의 개인적 불사 동안 침묵을 지켰던 조계종이 ▲구마라집 한역본을 기본으로 범본(梵本)까지 대조해 ▲공동번역 결과물로 ▲수차례 윤문과정을 거치고 ▲운문화 작업 후 표준본을 출간ㆍ보급한다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우선 편찬사업에 소요된 2년여 1억여원의 사업기간과 비용은 여느 사찰 불사만도 못할 만큼 초라하다. ‘모든 상을 깨뜨리라’(破相) 가르치는 <금강경>을 종단 표준본이라는 상(相) 안에 가둬 다른 견해를 이단시하지는 않을지, 200여종으로 나툰 <금강경>이 종단 표준본의 위세에 주눅 들까 노파심도 든다.
교계 일각에서는 <금강경> 표준본이 왜 필요한지를 되묻거나, “그 예산으로 <금강경> 표준화에 앞서 <한글대장경> 오역부터 바로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해 <금강경> 표준화 사업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비판도 드세다.
<금강경> 편찬은 글자의 정확함 못지않게 그 뜻의 온전함이 생명이다. <금강경오가해>가 육조ㆍ부대사ㆍ야부 등 선사의 작품인 것은 수보리에게 설해진 설법 너머 교외별전(敎外別傳)을 아는 눈 밝은 선원 수좌스님들의 안목이 지중함을 반증한다.
<금강경>을 한역한 구마라집은 413년 입적하면서 “<금강경> 번역에 오류가 없다면 다비를 해도 혀는 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혀는 타지 않고 남았다.
6월 13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는 <금강경> 편찬사업 회향을 앞두고 마지막 공청회가 열린다. 공청회에서 구마라집 닮은 선지식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