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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친 세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파 들어온 산사. 하지만 산사에서의 1박2일이 흐른 지금, 그들은 놀랍게도 세상에 당당하게 맞설 준비를 한다. 내 뜻대로 되는 법이 없는 세상을 현명하고 즐겁게 맞는 방법. 이곳에서 배우고 간다.
새벽 예불로 천지를 깨우다
새벽 3시. 부족한 잠을 깨우는 목탁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표충사(주지 청운) 템플스테이에서 맞는 새벽은 천지만물을 하나 둘 깨우는 사물의 소리로 시작된다.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혜원 스님은 “쇠가죽을 붙여 만든 법고는 땅의 짐승을, 구름 모양이 섞인 운판은 하늘의 날짐승을, 물고기 모양의 목어는 물 속 생물을, 범종은 천상과 지옥의 중생을 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참가자들에게 불전사물의 울림을 설명했다. 이어 모든 참가자가 법당에 모여 첫 새벽예불을 시작했다. 천수경, 석가모니불 정근, 참회와 발원, 반야심경 등 새벽예불, 108배, 온돌방 참선 등 약 3시간동안 진행됐다. 한 참가자는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나 처음 예불에 참여했는데 졸리거나 피곤하기보다 오히려 정신이 맑고 또렷해지는 것 같다“며 새벽예불의 느낌을 전했다.
한편 아침 공양 후 청운 스님은 참가자들과 차를 마시며 “불교문화의 체험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자연에서 묵은 마음을 털다
표충사의 템플스테이가 타 사찰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바로 ‘녹음명상 프로그램’ 때문. 표충사를 둘러싼 밀양 재약산은 울창한 대나무숲과 사자평 갈대숲, 산들늪 등 있어 사찰 내 뿐 아니라 자연에서의 녹음명상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산길을 따라 십여 분 걸어가면 3만5천평의 아름다운 대나무 숲에 다다른다. 이곳은 과거 원효 대사의 창건 터인 죽원정사로, 참가자들은 대나무숲속 바위 위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잎새의 소리에 집중한다. 이어 사자평의 억새밭을 둘러본 후 층층폭포와 흑룡폭포 계곡도 산책했다.
또한 천연 생태의 보고로 최근 보존의 목소리가 높아진 산들늪의 생태체험도 진행됐다. 밀양참여시민연대 이수완 위원장은 “생태계순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템플스테이에서 산들늪 생태체험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찰 주변 불교문화재와 더불어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사찰 뿐 아니라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면서 참가자들에게 습지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행의 끝은 즐거움
예불과 녹음명상을 마친 참가자들이 다시 선방에 모여 앉아 1박 2일간 달라진 내면을 관찰했다. 소감문을 통해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자책했던 능력, 안분지족의 마음까지 풀어놓았다. 중학생 참가자는 “아빠 따라 생각 없이 왔는데 지나고 보니까 ”어느 한 사람 허투루 하는 이 없이 사뭇 진지한 가운데 회향식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소감문을 통해 1박 2일의 깨침, 성찰, 인고의 과정을 그대로 담았다. 무거운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들른 산사에서 당당하게 현실과 맞서는 법을 배우고 돌아간다.
표충사 녹음명상 템플스테이는 매주 토요일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주말을 이용해 산사 체험과 더불어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055)352-1150, www.pyochung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