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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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마음으로 불서 더 잘 만들고 싶어
[불서를 만드는 사람들] 바움
좋은책으로 불교를 말하고 싶어하는 바움 이성훈 사장.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출판사 ‘바움’을 찾아냈을 때, 어쩌면 이것이 모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바움이 불서전문출판사가 아니라서. 열심히 불서를 출간하고 있는 전문출판사들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진심어린 ‘마음’, 그것을 일반 출판사에서 찾을 수 있을까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움의 이성훈 사장을 만나면서 이 같은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출판사 바움은 2002년 8월 설립됐다. ‘바움(baum)’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이는 독일어로 ‘나무’라는 뜻이다. 슈베르트의 가곡 ‘린덴바움(보리수)’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서양 보리수와 불교의 보리수는 엄연히 다른 생명체지만 ‘보리수’라는 언어의 인연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바움은 출판사 이름보다 그간 펴낸 책들이 더 유명하다. 서가를 살펴보니 익숙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나카타니 아키히로가 10대 20대 등 연대별로 나눠 기술한 ‘~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시리즈는 서점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책들이다.

하지만 이런 실용서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바움의 매력이 너무 아깝다. 요즘 나온 18세기 영국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유명 작가 휘트먼과 같은 인물들의 평전이나 일기 등 바움만의 눈으로 기획한 책들도 많으니.

불교계에서 바움을 주목하는 것은 역시 바움의 불서 때문이다. 일반출판사에서 굳이 불교서적들을 펼쳐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교가 단순히 좋은 소재기 때문일까.

“저 자신이 불자라서기도 하지만 불교만큼 ‘생활 철학’에 가까운 종교가 없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이 허둥대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불교는 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솔직히, 종교ㆍ명상 파트에서 굳이 불교만 다루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자꾸 이쪽만 연결이 되더라고요. 인연인가 싶었어요.”

바움 불서 중 특히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는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 도서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 일상에서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미덕이 있는 이 책은, 각박하게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불교식 가르침이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준 한 예가 됐다.

불서를 펴내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근간인 <달라이라마 평전>을 낼 때, 좀 곤란한 일이 있었단다.

“저희가 이 책을 기획한 것이 2003년이었습니다. 원래 2004년에 출판하려 했는데 원서 출판사 쪽에서 한국어판 서문을 달라이라마께 직접 받아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요, 그 서문 받는데 3년이나 걸렸어요.”

2007년에야 받은 서문의 날짜는 모두를 기막히게 했다. ‘2004년 5월 18일’. 원서 출판사가 야속해지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날짜를 그대로 표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올해 5월, 드디어 출간했는데 이번에는 눈 밝은 독자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티베트가 폭력 사태로 화두가 되니, 이런 책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달라이라마 평전>은 이렇게 억울한(?) 사연을 갖게 됐지만 이 사장은 “이런 독자들이 있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책을 낼 수 있다”며 고마워한다.

한참 불서 이야기를 하다, 이 사장은 문득 정목 스님의 <산빛이야기>라는 책을 꺼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낙을 삼는 정목 스님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너무 좋다면서. 그는 이 책을 ‘가슴 아픈 자식’으로 여긴다. 생각보다 큰 빛을 보지 못해서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맑고 아름다운 이야기 출간에 더 힘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불서 출판으로 보자면, 이 사장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는 눈이 될 수 있는 존재다. 일반출판사 사장으로 이 사장은 불서 출판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가끔 출판사 사장들과 만나면 그런 이야기는 합니다. 불자들이 책을 좀 안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요. 교회에서는 책이 생산되면 신도들이 주로 책을 사보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잘 갖춰져 있거든요. 불자 입장에서, 참 안타깝지요.”

게다가 ‘우리 불서는 왜 서양의 그것처럼 쉬울 수 없는가’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고 한다. 가령 번역서를 읽을 때 ‘연기’를 ‘상호의존적 공시발생’이라 번역한 것을 보면서 말의 뜻이 명확하게 다가온다면 불서가 굳이 어려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 그가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불교계에 바라는 점도 있다. 한국 불교가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이 때, ‘국제적 불교’를 위한 불교계의 용어 정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번역하는 사람마다 다른 언어를 쓰고, 실제 그 말이 맞는지에 대한 검증조차 원활치 않다고 생각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이 사장이 바움에서 펴낸 일련의 책들을 살펴보니 딱 하나로 모두 꿰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행복한 삶’이다. 바움의 어떤 책을 통해서든 현대인들이 마음을 추스르면서 방향을 찾고 행복하게 살 길을 찾기를 바랄 때, 그 때가 ‘출판인 이성훈’ ‘불자 이성훈’이 합일되는 순간일 것이다.

<바움 대표 불서 BEST 10>
순위 책이름 저자
1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에크낫 이스워런 저, 박웅희 옮김
2 팔만대장경에 숨어있는 참 지혜로운 이야기 진현종
3 팔만대장경에 숨어있는 참 향기로운 이야기 진현종
4 산빛이야기 정목
5 나무가 꾸는 꿈 김재진
6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 문윤정
7 잣나무는 언제 부처가 되나 문윤정
8 지금 이 순간을 지혜롭게 사는 부처님 말씀 김정빈
9 꽃을 드니 미소짓네 이용범
10 달라이라마 평전 클로드 르방송 지음, 박웅희 옮김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5-30 오후 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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