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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지눌 스님이 날려 보냈던 나무솔개는 어디에 있을까. 조계산 숲에 둥지처럼 들어앉은 송광사를 찾았다.
이슬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전각의 기와가 햇살처럼 반짝거리고, 꼿꼿하게 산문의 경계를 서고 있는 일주문 곁에는 하얀 수국이 모래시계처럼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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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 의하면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옮길 터를 찾기 위해 날려 보낸 나무솔개가 이 곳 송광사 국사전 뒤뜰에 내려앉았다고 한다. 새로워지려는 몸짓으로 충만했던 시절을 가늠하며 오늘의 도량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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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하안거에 든 수선사가 보인다. 스님 한 분이 마당을 쓸고 있다. 쉬는 시간이다. 치열했던 시간이 비질 뒤로 쌓이고 스님의 시선은 비질 끝을 따라간다.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고 숲에서 산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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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또 하루가 저물고 대웅보전에는 대중이 모두 모였다. 저녁예불이다. 부처님의 따뜻한 시선 아래 무릎 꿇은 대중이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올린다. 설화 속의 나무솔개는 지금도 이야기 속에 남아 있고, 그 설화 속의 송광사에서는 지금 저녁예불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지금’은 무량한 시간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