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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고객이 아니라 엄히 꾸짖고 가르쳐야할 대상이다. 엄히 가르치되 그 보다 깊은 사랑으로 항상 보살피고 혼신의 힘을 다해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대학가를 휩쓴 기업경영 마인드를 비판하며 진정한 대학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홍기삼 前 동국대 총장은 5월 30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혜원)이 ‘한ㆍ중ㆍ일 삼국의 불교와 인문학의 소통’을 주제로 연 학술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했다. 홍기삼 前 총장의 기조강연 중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비판한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불교와 인문학의 소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홍 前 총장은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인문학에서조차 인간형성과 인간존엄을 교육하는데 게을리했다”고 지적하며 대학경영자들의 고객론을 원인으로 꼽았다.
홍기삼 前 총장은 “대학을 슈퍼마켓으로, 교수를 슈퍼마켓 점원으로 설명한 총장도 있었다”면서, “대학도 경영의 대상이지만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경영과 달리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경영이다. 상품(학문)을 팔기 위해 고객(학생)의 비위를 맞추거나 상품을 매개로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적 경영마인드에는 반교육적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자는 상거래가 끝나면 관계가 청산되는 상인이 아니다. 자식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와 같이 제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학자의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교육행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홍 前 총장은 “교육부는 정원 축소와 지원금을 연계하는 등 대학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학과 학문저질화의 원인을 제공한 교육부는 대국민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홍기삼 前 총장은 인문학 위기와 대학 및 교육행정의 반교육적 행태의 원인을 교육과 대학 본질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의 교육 참여 때문으로 봤다.
홍 前 총장은, “인문학은 잠시도 한가할 수 없는 학문이다. 인문학자는 전공 외에도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쉴 새 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홍기삼 前 총장의 이번 강연은 동국대 총장 퇴임 이후 첫 공식행사 참여다. 교계에서는 상시입학정원관리시스템 등 동국대 내부의 반발을 대변해‘대학 구조조정 전도사’라 불리는 오영교 총장(동국대)에게 던진 메시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