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권 뒷면 그림을 비롯해 서화작품의 90%는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고려불화 등 불교미술품에도 위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동천 박사(서울대 동양화가 작품감정론 강사)는 5월 20일 발간된 <진상-미술품 진위 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 刊)를 통해 1000원 지폐에 실린 정선의 ‘계상정거도’(보물 제585호)와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이 제주시에 기증한 <김정희 편지 모음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신윤복의 ‘아기 업은 여인’ 등이 위작이라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박사는 “불화 등 불교미술품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미 불교미술학계에는 “유통되는 고려불화 등 불교미술품 상당수가 위작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우택 교수(동국대)는 “고려불화는 국내 소장이 적고 일반인들에게 낯설어 위작이 많다”고 소개했다. 고려불화가 진품일 경우 10억원에 상당한다.
문명대 교수(前 동국대)는 “시중의 불교미술품 90%가 가짜”라고 단정했다. 1만여건 이상의 문화재를 감정했다는 문 교수는 “소위원회 등을 거쳐 박물관 등 기관이 매입하는 경우는 위작이 드물지만 개인 소장품은 심각하다. 1년에 100건을 감정한다면 진품은 2, 3건도 되지 않는다. 불화, 불서, 불상 불교미술 전 분야를 통틀어 가짜가 없는 것은 없다”고 단정했다.
실제로 2004년 북한의 국보급 불상은 고구려 것이 아니라 1960년대 이후 만들어진 위작임이 밝혀졌다. 2005년 ‘아미타여래좌상’은 위작이라 판명했던 학자가 되사들인 후 신라시대 국보급 보물이라 주장해 화제가 됐었다. 2006년에는 송암미술관이 인천시에 기증한 불상 250여점 등 9300여점 가운데 70%가 가짜로 판명되기도 했다.
문화재 감정은 국가문화재는 문화재위원회와 중앙유물평가심의위원회, 지방문화재위원회, 공항ㆍ항만 소재 문화재감정관실이, 개인 소장 유물은 한국고미술협회 등 협회 혹은 학계 전문가 등에게 개별적으로 의뢰해 이뤄진다.
위작은 어떻게 유통될까? 한 전문가는 “요즘 위작들은 주로 중국 고미술상 등이 ‘북한에서 도굴됐다’며 위작 사진들을 인터넷 등에 소개하면 한국ㆍ일본 등 고미술상이 이들과 직거래 한다. 서울 옥션 등 미술품 경매시장을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고 귀띔 했다.
이동천 박사는“대부분 사람들은 실체보다 말에 속는다. 그림을 안다는 사람이 끼어들면 일은 더 커진다. <도록>이라도 만들면 폼이 나서 가격도 치솟는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미술품 위조를 위조학력ㆍ위조지폐처럼 사회현상의 하나로 진단했다. 이 박사는 “미술품 위조는 사람들이 미술품을 Love가 아닌 Like로 접근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며 “노출되지 않은 미술품 수요 특성상 위작의 공급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동천 박사는 “미술품 감정전문가를 양성하고, 미술품 감정을 명문화해 투명화하자”고 제언했다.
2004년 “장승업ㆍ김정희의 작품 절반이상이 가짜”라고 주장했던 강우방 교수(이화여대 초빙교수)도 “진위감정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학자”라며 미술학자의 전문지식과 소양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