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중화산동 주택가에 자리한 금산사 사회복지원 위탁운영 시설인 서원 노인복지관내 경로식당은 2002년 2월 문을 열었다. 전주 법등회 등 불교 봉사단체들이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 대접과 노인공경을 몸소 실천하는 경로식당은 이제는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어르신들의 쉼터로 하루 평균 350명 어르신들의 발길이 닿는다.
이 곳 경로식당을 들어서면 “우리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만들어요”라고 커다랗게 적혀있다. 사방이 커다란 유리로 툭 터져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깨끗하게 정리된 식당 안, 부처님오신날 즈음 만들었을 색색의 연등이 달려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 한 켠에서는 커다란 밭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쇠고기 무국의 구수한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조리대 옆 작업대에선 이미 만들어 놓은 나물과 조기구이며 반찬을 도시락에 담는 법등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점심시간은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조리실은 열기로 가득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역적으로 거리가 멀어 경로식당을 이용하기 곤란한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 100여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준비된 도시락은 따뜻한 가방에 담겨 불자 택시기사들의 모임인 전주 운불련 회원들이 집집마다 직접 배달한다.
점심때가 되자 노인들이 한분 두분 식당주변으로 모여들더니 어느새 긴 줄이 만들어 진다. 자칫 어수선할 것 같지만 조용히 줄을 서서 친구와 이웃들의 안부를 묻거나 혹은 벽에 붙은 부처님 말씀을 읽거나 복지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며 물 흐르듯 배식을 받아 점심을 즐긴다.
전주 시내에는 모두 8개의 노인복지관이 운영되지만 대부분 타종교 단체에서 위탁운영 중이다. 불교운영 복지관은 서원복지관 단 한 곳뿐. 특히 하루 평균 350여명의 어르신들이 식사 하는 경로식당은 전주시내의 여느 복지관보다 내용이나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서원노인 복지관장 덕림 스님을 비롯한 직원들과 불자들이 쏟는 정성은 보통을 넘는다. 보통 노인들에게 복지관의 평판은 경로식당의 운영에서 좌우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서원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평판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매일 복지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는 김영철(76) 할아버지는 “할멈과 둘이서 사는데 집에서는 대충 한끼 때우고 만다. 하지만 점심이라도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말했다.
전주시 효자동에 산다는 김정림 할머니(72)는 부부가 함께 복지관을 이용한다며 “영양사가 짜준 식단으로 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요즘은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라며 흡족해 했다.
복지관 관장 덕림 스님은 “지역의 교세는 타종교에 비해 미약하지만 복지관 운영만큼은 타종교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님은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의 여론을 수렴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 복지관과 경로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건전하고 건강한 노후 여가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