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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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바다 해인사(海印寺)

‘해인(海印)’, 언어로는 다가갈 수 없는 현판을 바라보며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의 해인사에 오른다.

도량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종종걸음마다 뽀얀 먼지가 일고, 재잘거리는 얼굴마다엔 친구의 얼굴 하나씩 담겨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산사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도량을 살피러 나온 주지스님도 아이들의 모습에 눈길이 머문다. 이내 아이들에게 마당을 내어주고 법당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의 뒷모습에 엷은 미소가 보인다.


조금 소란해진 법당 마당을 빠져나와 봉황문 옆길을 걸었다. 언제부터일까. 가야산 산비둘기 한 쌍이 나뭇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산비둘기도 아이들처럼 나들이 온 것일까. 셔터소리에 놀란 산비둘기는 나무를 내려와 돌담을 걷고 돌담을 내려와 숲길을 걷는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산비둘기가 가야산 깊은 곳으로 사라지고 저녁으로 가는 해를 따라 걷는다. 원당암 가는 길에 작은 적석탑(積石塔)이 보인다. 마음에 모신 부처를 생각하며 마음 하나씩 얹고 지나간 작은 인연들이다. 누가 알까. 헤어진 첫사랑이 저 돌탑에 나란히 쌓여있을지도.


다시 ‘해인’이란 현판 앞에 선다. ‘해인’은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비롯된 말이다. <화엄경>에서는 파도가 쉬면 삼라만상이 바닷물에 비쳐 보이듯, 마음의 번뇌 망상이 멈출 때 우리의 참된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경지를 해인삼매라고 했다.


서로의 얼굴 속에 그대로 친구를 담을 수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나 말없이 마음으로 서로를 따라다닐 수 있는 산비둘기의 마음, 마음의 부처를 모신 작은 밑돌 하나가 다름 아닌 ‘해인’이 아닐까.
합천 해인사/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jwpark@buddhapia.com
2008-05-20 오전 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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