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교학자들이 5월 17~18일 동국대에 모여 ‘불교의 세계화ㆍ세계의 불교화’를 주제로 2008년 제 4회 불교학결집대회(대회장 이평래, 이하 결집대회)를 개최했다. ‘불교의 세계화ㆍ세계의 불교화’라는 대주제처럼 국내 및 미국ㆍ일본ㆍ티베트ㆍ캄보디아 등 20여개국 160여명 저명 및 신진 불교학자들이 10개 분과로 나눠 각각의 연구를 발표하고 점검해 불교학 교류의 장을 열었다.
# 외국 석학 방문 줄이어
이번 결집대회에는 해외 불교학자들의 참여가 크게 눈에 띄였다. 일본에서는 ‘비하라’를 제창해 불교 호스피스의 권위자인 타미야 마사시 교수, 대승불교 권위자인 사사끼 시즈까 교수, 화엄학 연구 권위자인 기무라 기요타카 교수, 아오키 코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가이 뉴랜드 교수, 앨리슨 핀들리 교수 등의 발표도 이목을 끌었다.
# 분과별 주요 논문
결집대회는 지역 및 주제별로 인도불교, 티벳 및 중앙아시아 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 일본불교의 지역별 5개 분과와 선불교, 불교사학, 요가 및 불교명상, 불교예술, 응용불교의 5개분과, 총 10개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요 논문을 소개한다.
제 1분과 ‘인도불교’에서는 우제선 교수(동국대)가 인도 후기유가행파의 증지의 증득을 통해 돈오돈수와 점오점수를 조명한 ‘돈오돈수와 점오점수’를 발표했다. 우 교수는 ▲사성제와 같은 분별된 것이 어떻게 수습을 통해 지(知)에 선명히 현현되는가 ▲분별된 것을 인식대상으로 갖는 증지가 어떻게 무분별지인가 ▲찰나멸하는 마음이 어떻게 동일 대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참구하는 것이 가능한가 ▲수행자는 어떻게 지에 특수한 속성을 계발할 수 있는가 ▲신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탐욕 등을 여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사제와 의근과 의식, 증지 등으로 깨달음에 대해 설명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 2분과 ‘티베트 및 중앙아시아 불교’에서는 세계적 여성 불교학자인 엘리슨 핀들리 교수(美 트리니티대)가 ‘라오스 승려들과 메타 담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핀들리 교수는 남아시아에서 상좌부 승려들이 재가자 등과의 공동체에서 담마에 기초한 명상을 통해 에이즈에 대처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핀들리 교수는 “메타 담마 프로젝트의 목적은 무상ㆍ고ㆍ무아를 통찰하는 명상 지도와 함께 오계 수지를 권하며, 자비희사를 실천해 일반인들과 같은 삶 속에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1992년 태국에서 시작된. 에이즈 위기 대처운동을 모태로 상좌부 스님들이 ‘상가 메타 프로젝트’ NGO를 설립하면서 메타 담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면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으로 확산되면서 자비 담마 프로젝트로 성립됐다”고 설명했다.
제 3분과 ‘중국불교’에서는 최동순 연구원(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천태사상에 있어 심(心)’의 구분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 연구원은 “천태종의 종파성이 확연히 드러난 것은 담연이 활약했던 당나라 중기와 지례가 활동했던 송나라 초기였다”면서 “천태종은 교판을 구성하는 불성론에 이어 실천으로 나가는 심의 구분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제 4분과 ‘한국불교’에서는 고영섭 교수(동국대)가 ‘한반도운하안과 불교생태학’을 발표해 여러 참석자의 눈길을 끌었다. 고 교수는 “대운하와 관련한 본인의 서울대 강연 이후 법정 스님의 강연이 이어졌다”고 소개한 뒤 “불교생태학의 핵심지향은 상호존중의 지혜”라 밝혔다. 한반도 운하사업을 불교생태학적 시각에서 접근한 고영섭 교수는 “불교생태학은 인간과 국토의 건강한 관계 유지를 가장 우선시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정부는 소모적 논란보다 국민의 삶의 질적 성숙과 건강한 국토의 보전이라는 실용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5분과 ‘일본불교’에서는 테라오 이치 교수(日 미노부산대)가 ‘중세 백련종에 있어서 장송에 대하여’를 통해 “일본 불교 정착에 불교적 상장의례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장의례 정비는 백련종 등 일본 선종에 의해 진행됐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 6분과 ‘선불교’에서는 혜원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장)이 ‘초기선종에서의 신(信)의 의미’를 발표했다. 스님은 “불교에서의 신은 선심(善心)의 요소로 심원한 철학적 의미를 가진다”고 전제한 뒤, 보리달마에서 도신에 이르는 초기선종을 중심으로 대승불교의 본각본증(本覺本證)의 신의 입장과 간화선 수선 체계상의 신의 흐름을 살폈다. 혜원 스님은 “달마선의 신은 돈오적 개념이 내포됐고, 간화선의 신은 확신, 믿음의 개념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가이 뉴랜드 교수(美 센트럴미시간대)는 ‘청정과 기쁨: 독신 탄트라 학파의 깨달음’를 통해 티베트 탄트리즘에 대해 소개했다. 뉴랜드 교수는 “티베트 불교 중 하나인 겔룩파는 근본불교의 수행자적 청정성과 하나가 되려는 시도로 경전과 밀교 수행을 통합하려는 가르침”이라 설명했다. 그는 “모든 종교적 수행의 기본인 도덕적 청정성에 있다”고 강조해 티베트 불교가 한국 선종의 막행막식 등과 견해를 달리함을 피력했다.
티베트 탄트라의 섹슈얼 요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법열에 관해 그는 “청정한 마음(법열)은 흔히 성행위를 통해 느끼지만 죽는 순간 혹은 사후에도 공함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랜드 교수는 “밀교 수행이 다른 불교와 구분되는 점은 어떤 계율도 어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라며 “수행의 과정에서 자신이 완벽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확신 속에 수행을 하는 것이 밀교 수행”이라 말했다.
종호 스님(동국대)는 ‘간화선의 용어 일고’에서 화두(話頭)의 두(頭)가 일반적인 접미사적 개념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 세계를 나타낸 것이라 주장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님은 “화두의 ‘두‘는 근본 현상을 말로 나타낸 것으로 할ㆍ방처럼 선의 핵심적 본질을 나타낸 것으로 근본세계를 뜻한다”고 말했다.
제 7분과 ‘불교사’에서는 대승불교 권위자인 사사끼 시즈까 교수(하나조노대)가 ‘<대비바사론> 연구의 의미’를 발표했다. 사사끼 교수는 “설일체유부는 남방분별설부와 나란히 아비달마라 일컬어진다. 그 중에서 특이한 것이 <대비바사론>”이라고 전제한 뒤 <대비바사론>의 특징을 ▲분량이 많아 교의상 정보량이 많은 점 ▲초기 아비달마가 <대비바사론>에 의해 체계화됨 ▲ 저술된 스타일이 한사람이 자신의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불교계에 존재한 다양한 학설을 소개하고 상세히 논한 점 ▲1500여개의 경전인용과 3000여개의 율장 인용 등 다양한 문헌을 인용함에도 정확한 출처를 표기해 불교의 문헌학적 연구에 중요자료라는 점 ▲계통을 달리하는 <대비바사론>의 3개 한역본이 존재해 설일체유부 내부의 계통상태를 알 수 있는 점으로 열거했다.
사사키 교수는 “<구사론>은 범본 등이 발견돼 경이적으로 발전했으나 <대비바사론> 연구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불교세계 최대의 철학적 성과인 <대비바사론>의 폭넓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 8분과 ‘불교예술과 생명’에는 판 멩 스님이 ‘불교에서의 인간과 동물의 위상’에서 “동물을 통해 자비심을 발현해 각성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다.
혜선 스님(한마음 선원)은 ‘음악을 통한 포교’를 발표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스님은 “음악은 보편적 언어로 문화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전제한 뒤 한마음선원 합창단의 ‘선법가’의 기능과 효과를 정리했다. 선법가는 대행 스님의 게송에서 가사를 빌어 온 노래로 선에 대한 가르침의 노래를 뜻한다. 혜선 스님은 “찬불가보다 관조적인 음계의 형식과 마음을 반조하는 가르침의 내용이 현대인의 수행 방편으로 좋다”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법하기 위한 다양한 포교기법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타미야 마사시 교수(日 슈쿠도쿠대)는 ‘비하라의 게창과 전개’를 발표했다. 타미야 마사시 교수는 1950년대부터 ‘비하라’ 용어를 만들어 주창한 인물로 일본 불교 호스피스 분야의 권위자다. ‘비하라’는 불교 호스피스로 불교를 배경으로 한 터미널케어시설의 호칭을 뜻한다. 그는 ‘비하라의 게창과 전개’에서 도입 초기의 종교는 포교를 위해 의료사업활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삼국사기> 제4권 신라본기 제4의 내용을 인용해 설명했다. 타미야 교수는 생명에 관계된 ‘탄생’과 ‘죽음’의 문제는 과학과 종교가 똑같이 추구하는 문제라 지적하면서, 특히 ‘죽음’의 문제를 과제로 불교적 입장에서 터미널케어와 접목시켰다. 그는 터미널케어의 불교적 수용이 ‘비하라’의 전개라 설명했다.
타미야 교수는 비하라의 특징을 ▲한계가 있는 생명의 짧음을 인지한 인간이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는 장소 ▲충분한 의료행위가 가능한 곳 ▲생명의 존엄을 인식한 사람들이 불교를 기초로 모인 공동체라 규정했다. 그는 비하라에 기대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해 환자에게 ▲약과 간병인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을 설해 교화하는 것 등으로 설명했다.
타미야 마사시 교수는 “불교와 한자를 공유하는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비하라(불교 터미널케어)를 통해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제 9분과 ‘요가 및 불교명상’에서는 우희종 교수(서울대)가 ‘복잡계 이론으로 본 깨달음의 탈신화화’를 발표했다. 우희종 교수는 “부처님 당시에는 쉬웠던 가르침이 후대에 이르러 복잡해지면서 신화화, 화석화됐다”고 전제한 뒤, 복잡계 이론(Complecity Theory)로 깨달음을 설명했다. 우 교수는 “깨달음은 자기조직적인 창발현상으로, 깨달음(悟)이라는 상전이 과정이 거쳐 나타나는 새로운 창발적 상태가 깨어있음(覺)”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우 교수는 “한국불교가 깨달음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이며, 궁극적으로는 깨어있음을 지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제 10분과 ‘불교응용’에서는 아오키 코쇼 교수(와세다대)가 ‘지금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문제에 대한 불교도의 책임’을 발표했다. 아오키 교수는 “불교사상은 평화롭고 진지하며 건강하고 자비스러운 부드럽고 훌륭한 사상이며 철학”이라며, “불교의 계율은 명령이 아닌 본질적으로는 습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인간적인 사상이 불교”라고 거듭 강조하며 불교도들이 불교의 중요성을 인식해 세계를 구제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