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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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으로서 자부심, 지켜 나갈 것”
[불서를 만드는 사람들] 민족사
사진 오른쪽 민족사 윤창화 사장과 민족사 직원들의 모습.

‘민족사’. 불서 좀 안다 하는 사람 중 민족사에서 나온 책을 한 번쯤 읽어보지 않은 독자가 있을까. 30년에 육박하는 세월, 은근하게 길러진 저력을 바탕으로 민족사는 불서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민족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윤창화 사장이다. 저자로서, 출판인으로서 왕성하게 불교를 알리고 있는 윤 사장은 불교계에서 민족사 못지않게 유명한 존재다. 출판인으로의 자존심과 꼿꼿함, 소신을 굽히지 않는 윤 사장에게서 민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민족사는 윤 사장을 포함해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총 450종을 발간했고 올해도 15종 이상의 책을 출간할 출판사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다. 불서출판사 중 가장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 민족사조차도 불서출판 현실에서는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족사는 역사와 전통, 윤 사장의 소신과 철학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어 규모로 판단할 만한 곳이 아님은 분명하다.

민족사는 1980년 5월 태어났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열기로 들끓었던 때, 민족사는 불서출판계에서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민족사’가 불서출판사 이름 같진 않지요. 처음에는 소위 ‘빨간 책(금서)’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거든요. 민족사는 불교사회과학 서적 전문 출판사로 첫 발을 뗐습니다.”

윤 사장이 출판사 이름에 ‘민족’을 붙여야 했던 이유는 또 있다. 당시 윤 사장의 마음에는 만해 스님이 1930년대에 쓴 산문 속 민족의식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만해 스님을 존경했던 윤 사장은 불교에서도 사회의식이 고취돼야 한다 생각했다. 처음으로 만든 책도 <불교의 사회사상>(여익구 저)이었다. 하지만 불교사회과학 서적은 출간되는 족족 ‘판매금지’ 조치됐다. 현실적 한계에 부딪친 윤 사장에게 방향 전환이 시급해졌다.

“불교 민중서 필자 발굴이 잘 됐다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밀고 나갔을 텐데, 당시에는 글 쓰는 사람들도 걸핏하면 잡혀가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불교사회과학 서적은 접고 ‘장기적 안목을 갖자’ 결심하게 됐지요.”

그런 상황을 거치면서 그는 ‘지식불교’에 뜻을 두게 됐다. 개론서 이상의 전문서적들이 출간돼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이 때부터 ‘학술총서’와 ‘깨달음총서’ 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민족사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윤 사장은 출판인으로서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출판도 자신의 소신에서 벗어나는 것은 손대지 않는다. 스스로 이를 두고 ‘별스럽다’ 표현한다.

“불서출판인은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철학을 ‘불서는 언제든 어떤 모습으로든 교양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 두고 있습니다. 이 점에 어긋나는 출판물을 만들면 스스로 무척 허무해집니다.”

그는 단호하다. ‘교양을 주지 않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특히 윤 사장이 참을 수 없어 하는 부분은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불자들이 불자다운 소양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출판을 하다 보니 이제는 불교를 막연하게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념도 한글로 받아들이기 쉽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불자들이 제대로 알고 제대로 씁니다.”

윤 사장이 힘주어 말한다. 그는 자신이 지은 책 <내 마음을 치다>를 통해 불교용어 정리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번뇌’ ‘화두’ ‘선’ ‘만다라’ ‘걸망’ 등 108개의 단어를 뽑아 위트와 감성을 섞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약 5년 전부터 사전을 찾아가며 불교 용어를 조사하고 생활 속에서 찰나에 떠오르는 반짝이는 언어를 메모해왔던 그의 습관과 의지가 녹아있다. 우리말로 가슴에 ‘탁’ 하고 와 닿게 하는 것. 그는 그것이 진정으로 불교를 알리는 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윤 사장은 요즘 ‘왕초보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왕초보 시리즈’는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불자들에게 전문가 필진이 알기 쉽게 불교를 설명하는 책들이다. ‘학술적 이미지’의 민족사만 봐왔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의아하겠지만 쉬운 입문서를 원했던 독자들은 무척 좋아하고 있다 한다. 총 14권 출판을 목표로 제작 중인데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와 <왕초보 경전박사 되다>가 이미 출간돼 있다. 5월 중에는 <왕초보 수행박사 되다>도 만나볼 수 있다. 내년까지 ‘화엄경 박사’, ‘법화경 박사’ 등 나머지 왕초보 시리즈를 모두 출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족사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봤더니 슬슬 ‘내일’이 궁금해졌다. 민족사는 미래에 어떤 출판사가 될까.

“저는 민족사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출판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의 가치와 무게는 엄청난 것입니다.”

민족사는 이제 28주년을 맞았다. 100주년은 말처럼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족사가 보여준 길, 끊임없이 불자들의 의식을 두드려왔던 정신을 생각한다면 ‘100년 된 민족사’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시대와 소통하려 하면서도 불교의 정신, 불서 출판의 기본과 철학을 지켜나가는 소신 있는 출판사의 모습.

<민족사 불서 BEST 20>

순위 책이름 저자
1 중국선종의 성립사 연구 정성본
2 무아 윤회 문제의 연구 윤호진
3 한국 근대불교사 연구 김광식
4 화엄경사상 연구 이도업
5 신라 화엄사상사 연구 김상현
6 대승경전과 선 김호성
7 주자의 선불교 비판 연구 윤영해
8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 상ㆍ하 이범교
9 한국불교 100년 사진집 김광식ㆍ윤창화
10 벽암록 완역(전 5권) 석지현 역
11 한글화엄경(전 12권) 무비 스님
12 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 300가지 석성우ㆍ석지현
13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 석지현ㆍ윤창화ㆍ일지
14 부처님과 보살 재미있는 이름이야기 김윤수
15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성법
16 간추린 불교상식 100문 100답 정승석
17 동안거 현성
18 라마야나 주해신 역
19 마하바라타 주해신 역
20 작은책 시리즈(총 23종)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5-13 오후 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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