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종교 자유를 외치며 재판을 하고 있는 강의석씨.

학교 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학교법인 대광의 예배강요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던 강의석(22)씨가 고등법원 판결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5월 8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민사17합의부(부장판사 곽종훈)에서 열린 판결공판에서 조양희 주심판사는 “강씨가 제기했던 학교법인 대광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법원에서 “학교법인 대광은 강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다. 강씨가 ‘서울시교육청의 지도감독 및 관리 소홀’ 부분에 대해 재기했던 문제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 역시 기각한 바 있다.

강씨와 함께 종교자유 재판을 해온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 이하 종자연)은 “2심 재판부가 강씨는 고등학교 입학 시 대광학원 측의 선서문을 따랐으며 2학년 때까지는 종교수업에 임했고 수요예배 등에도 참여했으므로 종교행위 자체가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요지로 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전했다.

종자연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적은 숫자라 할지라도 학생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종교를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며 “종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재판부가 의무를 져버리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종자연이 강씨의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었던 이유는 이를 강씨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아서다.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종교 이외의 과목을 복수로 편성해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 ‘종교계 사립학교 종교과목 편성ㆍ운영 및 종교 활동 지도 철저’지침을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지침이 지켜지고 있을 때는 학생들이 개인의 소신에 따라 종교수업을 선택하지 않을 시 철학이나 독서 등의 중복편성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있었지만 각 지자체에서도 이 지침을 폐지하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는 사학의 종교강요가 있어도 학생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종자연은 “사법부의 일천한 현실 인식이 개탄스럽다”면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사학의 설립이념이라는 미명으로 학생들의 종교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강씨의 행보에 발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