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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슬기롭게 사는 지혜입니다. 김유신 장군이 ‘세상의 모든 일을 잘 깨우쳐 그 도리를 아는 사람이 불법을 잘 안다(百戰英雄知佛法)’고 말한 것과 같다고 할까요?”
올해 정년을 맞은 홍익대 금속공학과 김원수 교수(65)는 교수불자협의회(회장 김용표) 창립멤버에 걸맞게 불심이 깊다. 故 백성욱 박사 가르침을 따라 40여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금강경> 독송을 해왔다. 5년전부터는 사회복지법인 바른법연구원을 설립해 부처님 가르침을 펴고 실천하는 일에도 앞장선 그는 “<금강경>을 수지ㆍ독송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실천ㆍ수행이 따르는 이가 진정한 불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61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불교에 매료됐다.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등 불자로서 모범적인 생활을 했던 그에게 ROTC 장교(학군 3기) 생활은 힘들었다. 군생활로 오계를 지키기 힘든 것도 고통이었다. 김원수 교수는 “군대에서 힘들 때면 ‘관세음보살’을 염송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러다 학생 시절 알고 지내던 김재웅 법사(금강경독송회)를 통해 1966년 처음 백성욱 박사를 만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백 박사에게 “올라오는 모든 생각ㆍ판단ㆍ감정을 갖지 말고 부처님께 바쳐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중생심을 바쳐 불심과 바꾸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지혜와 반야 등을 저절로 깨친다는 가르침이었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라. 파계도 결국 마음이 지어낸 죄일 뿐이었다”는 그는 계율을 지키겠다는 마음까지도 부처님께 바쳐 자유를 찾았고 마음 편하게 군생활을 마쳤다. 전역 후 그는 ‘불교 공부가 참 좋다’는 생각에 100일만 수행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수행은 4년을 훌쩍 넘겼다. 그는 백 박사 농장에서 수행하던 때를 회고하며 “ 농장에서 일하며 수행하는 것은 절집 행자생활과 비슷했다. 일하다 보면 분별망상이 가라앉았다. 특히 백 박사의 부처님께 올라오는 감정 등을 바치라는 가르침은 마음을 비우는 선 수행과 진배 없었다”고 말했다.
낮에는 일했지만 주야로 <금강경> 강독을 했다. 올라오는 생각은 모두 부처님께 바쳤고, <금강경>을 읽을 때는 제3분 ‘대승정종분’을 실천하며 부처님께 법문을 직접 듣는 것처럼 여겼다. 그때부터 그는 하루 2번씩 40여년을 <금강경>과 함께했다.
김원수 교수는 “<금강경> 독송은 횟수가 아니라 얼마나 믿음과 공경심을 갖고 경전을 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전을 대하는 용심(用心)을 중히 여기는 그는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믿음을 갖고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40여년간 한마음으로 읽은 <금강경>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하심정(下心亭)’이라는 이름의 무료급식소를 운영중이다. “하심 해야 업장이 소멸된다. 오만은 업장을 키울 뿐이다. 자기 죄업이 태산 같음을 알아야한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다. 서울 망원동 바른법연구원에서 시작한 무료급식 봉사는 3년을 넘어 이제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무료급식 봉사에는 바른법연구원 도반들이 함께한다. 매일 15명씩 자원봉사에 나서 하루 200여명씩 손님을 맞는다. 무료급식 봉사를 ‘마음 닦는 무료급식’이라 표현한 김 교수는 “대개 준다고 하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게 된다. 그래서 베푼다는 생각도 없이 부처님 시봉한다고 생각한다. 하화중생(下化衆生)까지는 생각할 수 없고 그저 부처님 기쁘게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정한 불자라면 신심을 갖고 부처님께 다가가 스스로 유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백 박사는 깨달음 대신 ‘슬기롭다’, ‘지혜롭다’고 말했다”며 세상 이치와 통하는 깨달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믿음 없이는 슬기와 지혜가 자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법연구원 도반들 모두 하심정 봉사를 수행으로 삼다보니 법열과 희열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도 늘었다”며 “식당ㆍ병원 등 구체화된 사업을 펼쳐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 성공한 불자 경영인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지혜는 세상 모든 이치에 분명한 것”이라며 “반야는 세상 사는데 큰 힘이 되고 숨쉬는 것처럼 필요한데 대중들이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을 대개 마음 밖 모든 상이 허망하다고 설명하지만 백성욱 박사는 마음 속 분별ㆍ차별 등이 잘못이라고 가르쳤다. 밖으로 향한 관심을 안으로 돌리고, 모두가 내 착각인줄 알아야 여래를 볼 수 있다. 그래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진다”고 설명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바로 우리 삶의 지혜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김원수 교수의 다짐에서 불자의 참행복이 엿보였다.
“행복은 부처님을 가까이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불행은 부처님과 멀어짐에서 비롯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