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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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삶으로 행복해요-서울대 우희종 교수
“일상생활 禪 아닌 것 없어”

“일상생활에 선(禪) 아니고 도(道) 아닌 것 없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음에 집착하지만 깨달으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매순간이 바로 도달해야할 과정이고 목적지더군요.”

“마음을 쉬는 것이 바로 수행이고, 선정입니다. ‘무수지수(無修之修: 닦음 없는 닦음)’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돈오무수(頓悟無修: 몰록 깨쳐 닦음이 있을 자리가 없음)’라 생각합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52ㆍ법명 如山) 교수,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광우병 치료법을 연구 중인 전문가로 TV 등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우 교수가 서울대 교수불자모임인 불이회(不二會) 회원이며, 불교적 생명윤리에 대한 명철한 식견으로 <생명과학과 선>을 저술했고, 그 바탕에는 치열한 구도의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어려서 신촌 봉원사 인근에 살며 자연히 불교를 접했던 우 교수는 서울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불교반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우희종 교수가 나름대로 내렸던 답은 “세상에 빚을 갚기 위해 산다는 것”이었다. 과학을 택해 공부했던 것도 과학이면 주위에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당시 지도법사였던 무진장 스님에게 불교를 배운 그였지만, 그를 온전한 불자가 되게 한 것은 삶의 시련이었다.

미국생활에 익숙했던 아내의 귀국반대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우 교수는 심한 충격에 빠졌다.

우 교수는 “교과서적이고 합리적ㆍ모범적으로 살았는데 내게 이혼이라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세상에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내가 생각한 것만이 옳지 않다는 결론까지 도달했지만 삶의 기준에 대한 회의를 지울 수 없었다. 혼란스러움 속에 ‘나’를 알고 싶어 진제ㆍ송담 등 선지식을 만났다”고 말했다. 우 교수가 전남 송광사를 찾았을 때 당시 유나였던 현전 스님은 “이것만 하면 된다”며 그에게 ‘무(無)’자 화두를 줬다. 그때부터 우희종 교수는 화두에 몰두했다.

오로지 ‘무’자만 들었다. 우 교수는 “화두에 몰입했다가 적색 신호를 못 봐 사고가 날 뻔도 했지만 특히 운전ㆍ운동할 때도 화두 집중이 잘 됐다”고 말했다. “화두 공부를 하다 의문이 생겨 현전 스님을 찾아도 스님은 ‘더 해라’고 말할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가르침이었다”는 우희종 교수는 결국 ‘무’자 화두를 체득했다.

우희종 교수는 “늘 하듯이 화두에 집중하면서 화두에 집중했을 때 멀리서 애절한 곡조의 노래(카루소)가 들렸다. 그 순간 노랫소리가 마치 딱 맞는 열쇠처럼… 마치 캄캄한 밤에 전등이 켜지듯 몰록 세상이 환해졌다. 공(空)하지만 꽉 찬 듯한 공(空), 모든 것이 내 마음이 만든 것이었다”며 그 순간을 떠올렸다. 감정은 마음의 바다가 일렁이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등 모든 감정을 여의었다.

그 후 우 교수는 현전 스님에게 여산(如山)이라는 법명을 받고 유발상좌가 됐다. 화두를 깨기 전까지 책 읽기를 권하지 않던 스님은 틱낫한 스님의 <평화로움>을 주며 읽으라 권했다. 우희종 교수는 “<평화로움>을 읽으며 ‘무’자 화두를 들며 느꼈던 것들을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계속해서 <경전> 등을 섭렵하며 자신이 체득한 경지를 다졌다.

고교시절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은 “나 혼자 평안하고 말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빚을 갚기 위해 산다”했던 고교시절의 자답은 “너와 나 차별이 없다.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나누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우 교수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행복을 누렸다. 신림동 고시촌 한 사찰에서 <금강경>을 강의했고, 소년원 종교위원 봉사활동은 12년을 넘겼다.

우 교수에게는 꿈이 있다. 프랑스 ‘플럼 빌리지’와 같은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종교를 초월한 일반인들의 수행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벌써 거창에 3만평의 터를 마련하고 천천히 준비 중이다.

“깨달음은 방편이지 결국 ‘깨어있음’을 강조한 것 아니겠냐”는 우 교수는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밖으로 향한 관심을 안으로 돌리면 진리를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야부 스님의 ‘요휴변휴(要休便休: 쉴 필요가 있으면 곧 쉴지니)’라는 구절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서든 주인이 되라)’를 뜻한다. 그런 뜻에서 서재를 ‘휴휴재(休休齋)’라 이름했다”는 우 교수는 가장 아끼는 구절이라며 다음의 싯구를 소개했다.

“쉴 필요가 있으면 곧 쉬니 산골 사람 노래와 사당의 술에 촌사람 즐거운 것이, 풍류 없는 곳에 절로 풍류가 일어난다(要休便休 巴歌社酒村田樂 不風流處自風流).”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5-08 오후 7:01:00
 
한마디
종태 746403 잘읽엇음니다 불교아카데미에서 7기로 강의들을때 이해안되고 산만했던기억이 있음니다
(2010-09-21 오후 5: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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