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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하는 삶으로 행복해요-대원경 보살ㆍ덕산 거사
“참으면 나를 버리고 下心하게 돼”
대원경 보살
“절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됩니다. 처음엔 누구나 아프고 힘들지만 참으면 육신을 조복 받고 한마음으로 3000배, 100만배 절할 수 있죠.”

익산 사자암 삼천배 정진회를 이끌며 전북 지역 포교불사의 동량인 대원경 보살(심명숙ㆍ51)은 절수행 전문가다. 개신교 집안에서 성장해 시어머니 권유로 처음 사찰을 찾아 절했을 때는 “벼락 맞을까봐 무서웠다”는 그녀가 지금은 어떻게 절수행 전문가가 됐을까?

대원경 보살은 “부처님께 약속한 대로, 스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웃는다. 보살의 절수행은 1996년 임실 상의암 동효 스님을 만나서 시작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100만배 정진하던 동효 스님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대원경 보살은 스님에게 절하는 법부터 다시 배우고 매일 500배부터 시작했다. 보살은 “온몸이 쑤시고 힘들었지만 해야 하는 줄 알고 하다 보니 500배가 몸에 익었다. 스님이 1000배로 올리라 해서 매일 하다 보니 10만배 기도를 회향했다. 어느새 하루 1만배는 거뜬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실상사 일초 스님을 만나 <화엄경> 공부에 몰입했던 그녀지만 경전 공부가 너무 어려웠다. “<화엄경> 공부가 너무 어려워 못하겠다”는 보살에게, 일초 스님은 “그거 안할라면 100만배 해라”고 말했다. 대원경 보살은 예전 1000배씩 100일 해본 경험에 100만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일 1000배씩 시작했다. 2주 후 보살에게 진도를 물은 스님은 매일 2000배로 올렸고, 1달 후부터는 매일 3000배씩 하게끔 했다. 매일 3000배에서 4000배씩 하게되니 몸이 너무 고되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보살이 일초 스님에게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 보살에게 스님은 <초발심자경문>의 구절을 들려줬다.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차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 없고, 주린 창자가 끊어질 것 같아도 밥을 구하는 생각이 없다(배슬(拜膝)이 여빙(如氷)이라도 무연화심(無戀火心)하며, 아장(餓腸)이 여절(如切)이라도 무구식염(無求食念)이니라)”

대원경 보살은 “스님의 <초발심자경문> 설명을 듣고 다시 마음을 내 4000배로 올렸다. 그로부터 보름 후 스님은 매일 5000배를 하라고 했다. 힘들어 못하겠다고 할 때마다 <초발심자경문> 구절은 되풀이됐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우직했다. 그런 그녀에게 스님은 “멍청해서 계산이 없어야 수행한다”고 말했다. 대원경 보살은 절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보살은 “처음에는 힘이 들어서 울었다. 그러다 참회의 눈물이 흘렀고, 결국엔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 결국 하루에 1만배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원경 보살의 절수행에는 다른 신도들의 수군거림부터 남편의 성화 등 마장도 많았다. 하지만 절수행이 무르익을수록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게 됐다. 자신을 낮추며 절할수록 하심도 커졌다. 보살은 마장으로 다가온 이들에게도 감사의 3배를 올렸다.

덕산 거사
불보살 가피도 따랐다. 꿈에 두 스님이 나타나 몸에서 썩은 피를 빼낸 뒤 보살의 몸은 건강해졌다. 또 몸이 고되 밤이면 끙끙대는 아내가 안타까워 “힘들게 절은 왜 그리 많이 하냐”며 핀잔줬던 덕산 거사의 꿈에는 사천왕이 나타났다. “보살이 무슨 기도를 하는 줄 아냐며 사천왕이 호통을 치는데 정신이 번쩍났다”는 거사는 그 날 이후 보살을 도와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했다. 수행도 열심히 했다. 거사는 대원경 보살을 “선배님”이라 부른다. “선배님을 따라 절을 하던 어느 때 눈물이 흐르더니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선배님에게 3배를 올린 적도 있었다”는 덕산 거사(황금용ㆍ58)의 주특기는 <관음경>(<묘법연화경> 중 관세음보살 보문품) 독송. 처음부터 염불하는 것이 좋았다는 거사는 “관세음보살을 닮겠다”는 원을 세우고 <관음경> 독송을 시작하게 됐단다. 아무 때나 독송을 한다는 거사를 길 가던 사람은 비웃기도 했다. “당신은 나와 지나칠 인연인데 나는 <관음경>을 독송하고, 당신은 나를 웃으며 지나친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덕산 거사.

거사는 “불자라면 <불교사전> 한권은 꼭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불자가 되어야 바른 믿음과 실천행이 따른다”는 것이 거사의 지론이다.

덕산 거사는 “수행은 아이스크림 먹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처음 한입은 입이 얼얼할 정도로 차지만 익숙해지면 단 맛이 느껴진다는 것과 같다. 인욕으로 수행의 고비를 넘기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 말했다.


함께 수행하니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모두가 법담이고, 부부가 같은 꿈을 꾸는 일도 잦았다. 집안일은 절로 풀렸다. 보살은 “‘처음에는 이번에도 또 이러네’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감사한 마음에 더욱 더 정진할 뿐이다.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처님께 한다고 했으면 꼭 해야 한다. 부처님 법은 한치도 오차가 없다. 마음 낸 것 지키다 보면 모든 어려움과 괴로움이 사라질 것”이라는 대원경 보살, 그리고 “선배님을 도울 뿐”이라는 덕산 거사.

2007년 9월 사자암 결사를 마친 대원경 보살의 소문은 전주까지 퍼져 이제는 송광사에서 수행결사를 이끄는 중이다. 하나, 둘 조심스럽게 절수행을 따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50여명이 넘었다. 부부가 흘린 땀방울과 인고의 세월보다 대원경 보살과 덕산 거사의 행복은 한없이 커보인다.
익산=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5-08 오후 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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