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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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긴 사람이 진정한 리더”
특집칼럼-부처님의 리더십
그러니까 꼭 9년 전인 1999년 4월의 일이다. 당시 56세의 SK아카데미 교수였던 필자는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시행한 2박3일의 리더십 과정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참여한 과정 중에 ‘내 진여(眞如)에 대한 기도문 형태’로 사명서(使命書) 한 편을 얻었다.

이 사명서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삶의 나침반 노릇을 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서두(序頭)로 시작된다.

“원(願)을 세웠으면 이미 이루었다는 진리에 믿음의 뿌리가 내리게 하소서. 경건하며 진보하는 삶을 살며 누구에게나 유쾌하고 편안한 벗이 되게 하소서.”

스스로 세운 ‘원’에 따라 사는 삶은 ‘일체유심조’를 믿는 삶이요,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고 공경하며 사는 불자다운 삶이라 생각한다.

이 ‘원’과 관련해서는 요즘 항간에 널리 읽히는 <시크릿(The Secret)>이라는 책을 비교하며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불자들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우주에는 무한한 예지(叡智), 무한한 자원(Resource)이 있어서 ‘긍정의 힘’으로 이를 흡인(attract)해 가져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긍정적 이미지를 머리 속에 상상하고 이를 원하고, 느끼고 이에 따라 행동하면 어느새 그 결과가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원리를 응용하여 아이들에게는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여행 등을 사진으로 붙여 넣는 비젼 맵(Vision Map)을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도록 지도(指導)하기도 한다. 같은 내용을, 신심 깊은 불자이며 일본 최고의 CEO라는 이나모리 전 교세라그룹 회장은 “마음이 부르지 않은 것은 얻을 수 없다”라고 간략하게 요약하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하나의 원(願)을 세웠으면 이미 이루었다는 확신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가 불교 리더십의 근본원리를 이루고 있다.

필자가 ‘사명서’를 작성한 이후 리더십 전문교수가 되어 이러 저러한 강단에 두루 서보게 된 것도 불법(佛法) 인연에 따르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모처럼 불자님들을 모시고 강의를 하게 될 때면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말씀을 하나도 인용하지 않고 리더십 본연의 강의에만 집중하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이 더 일목요연하게 청중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와 상대되는 입장에서 일반 청중을 상대로 리더십 강의를 할 때면 지금 강의하고 있는 리더십 원칙이 바로 진리이자 불법 그 자체임을 청중에게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간절히 느끼게 되었다.

1964년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사병으로 입대하여 광주 상무대에서 근무하고 제대한 적이 있는데, 당시 상무대에는 육군보병학교라는 교육기관이 있어서 육군의 초급 장교를 육성 배출하는 임무를 띄우고 있었다. 그 보병학교의 휘장에 쓰여진 표어가 바로 ‘나를 따르라!’였다.‘나를 따르라’식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리더십을 가르친 것이다.

유명한 <손자병법 리더십>이라는 책에서는 ‘인생이 곧 전쟁’이라는 패러다임을 견지하고 있다. 다툼과 전쟁이 일상화된 세계의 신출귀몰하는 여러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리더십 교과서라고는 하지만, 전쟁의 패러다임은 승패의 세계라 의외로 단순하다. 따라서 전쟁을 치르는 동안은 ‘나를 따르라’하는 일사불란의 리더십이 통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쟁이 사라지고 마침내 평화가 도래한 뒤에는, 이와 같은 리더십은 늘 혹독한 시련을 거쳐 와해되어 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본다. 권력이 되어버린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전쟁을 일으켜야 하야 하는 본말의 전도를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저지른 수많은 실례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끊임없이 변화하여 무상(無常)한 것으로 파악하는 불자(佛子)의 눈으로 보는 리더십은 어떠한 것일까?

리더십이란, ‘불타는 집(火宅)’과 같은 이 세계가 모두 환상(幻)임을 바로 보고 홀연히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올바른 삶을 성취하며(Self Leadership), 타인 또한 그릇된 삶의 답습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줌(Interpersonal Leadership)으로써 완성되는 자리(自利) 이타(利他)의 지혜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티베트 망명 정부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일개 승려라고 부른다. 물론 그는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약점들만이 자신의 것이며, 영향력있는 큰 힘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절대 잊지 않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리더인 것이다. 부처님이 몸소 보여주신 ‘섬김의 리더십’을 구현하는 것이다.

<장아함경>에 ‘시갈라’라는 청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청년이 돌아가신 선친의 마지막 유언을 지켜 매일 동서남북, 상하의 여섯 방위 하늘에 경배하는 것을 보신 부처님께서 참 수행법을 가르쳐 주신다. 하늘의 여섯 방위에 경배하는 대신 자신 주위의 여섯 가지 소중한 관계 즉, 부자(父子), 사제(師弟), 부부(夫婦), 친구, 친척과 이웃, 고용주와 피고용인, 수행자와 신도 등에 대하여 섬김을 행하라는 가르침이다. 다름아닌 인간관계의 리더십(Interpersonal Leadership)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자기보다 낮은 사람(nadir 하인, 고용인)을 섬기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경(經)에는 또 ‘섬기다’라는 말의 뜻을 부연하여 새겼다. 소중한 관계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섬긴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 리더십의 본령은 ‘자기 리더십(Self Leadership)’부터 시작한다. 수천 번의 전투에서 수천 명의 상대방을 이긴 사람이 승리자가 아니라, 자신을 이긴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이다. 겸손, 인내, 성실성, 풍요의 심리, 열린 마음 등이 이 진정한 승리자의 덕목이다.

문제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결책도 거기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게 된다. 주도적(Proactive)이라는 말은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 진다’는 의미이다.

리더십은 코칭이라는 커뮤니케이션으로써 완성된다.

생전에 성철 스님께서는 해인사 백련암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법문도 않으셨지만 많은 불자들 가슴에, 각기 근기(根機)에 따라 크고 작은 가르침을 남기셨다. 수범(垂範), ‘스스로 모델 되기’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팔만사천 법문을 설하신 부처님께서 “나는 한 마디도 법(法)을 설한 적이 없다”고 끊어 말씀하신 것이 그 원천이었다. 부처님은 우레와 같은 침묵으로 ‘사람과 하늘(人天)’의 최상승 코칭을 설하신 것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극의(極意)는 언어 문자를 벗어난 곳에 있음을 보여 주신 예들이다.

공감적 경청, 맥락적 경청과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신의 답을 구하게 하는 촉매로서 그 자체가 이미 리더십을 완성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벽암록>에는 마부의 그림자만 보아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명마(名馬)의 이야기가 나온다. 도(道)가 가르침을 받아 얻는 것이 아니라면,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이다.
허달 한국코칭센터 고문(前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2008-05-07 오전 10:34:00
 
한마디
이영비니 본원명호정정업?
(2008-09-29 오후 9: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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