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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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추고 성찰하며 깨침의 길 열자
특집칼럼 _ 부처님처럼 살자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부처님처럼 살기를 서원한 사람이다. 그래서 부처님을 마음에 새기기도 하고 부처님의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우리 마음속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을까? 부처님처럼 산다는 것은 부처님의 삶의 자취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때 가능할 것이다.

싯타르타 왕자의 선택

부처님이 살던 시대는 전쟁이 빈번했다. 빈부의 차는 격심해지고,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의 폭력 앞에 무너졌다. 도덕적인 지주가 되어야 할 종교가(바라문)들은 왕을 위해 전쟁의 승리를 빌어주었고, 대신 왕이 주는 공물로 호화롭게 살았다. 재물의 쾌락을 맛본 바라문들은 갖가지 명목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새로운 경전과 주문을 만들어 냈다. 제사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많은 짐승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세상이 만드는 현실은 참담했다. 자비심은 땅에 떨어지고 왕족이나 바라문들은 재물을 늘이는 일과 감각적 쾌락에 몰두했다. 양식이 있는 수행자들은 이에 반발해 고행자의 삶을 살았다.

나라를 이끌어갈 왕자 고타마 싯타르타는 몸소 이 혼란한 현실을 목격했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학문이나 무술에 매우 뛰어났다고 전한다. 왕자로서 배운 학문과 무술은 모두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자신이 익힌 학문이나 무술을 이용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길을 포기하고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길, 즉 인간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나섰다. 장차 큰 나라의 왕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등지고 세상 사람들의 근심과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삼았던 것이다.

출가 후 부처님은 진리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천한 거지의 삶을 선택했다. 해서 부처님이 가르친 5계에는 권력자 특히, 종교가가 지켜야할 금도가 잘 나타나 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가르침은 당시 바라문들이 제사를 지낼 때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일을 경계한 것이다. 부처님은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말라는 가르침이나 음욕을 행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세상의 혼란을 틈타 세력있는 사람들이나 바라문들이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함부로 남의 딸이나 여자들을 빼앗는 당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정이나 왕 앞에서 고의로 위증을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술 마시는 것을 삼가한 것은 술에 취해 죄없는 생명을 죽이거나 남의 것을 빼앗는 현실에서 한 말씀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부처님의 5계는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도 절실하다.
사소한 잘못으로 기름이 유출되어 태안 앞바다의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했지만, 피해를 준 사람이나 당한 사람이 금전적 보상에만 집착해 자연을 파괴하고 죄없는 바다생명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법정에서의 위증은 이제 다반사이다. 증언이 뒤집혀지기 일쑤여서 누가 무엇을 말하든 진실에 대한 회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폭력과 분노도 일상적인 일이다. 북에서 탈출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중국에서 야만적인 고초를 겪고 있는가 하면, 가까이는 돈으로 가난한 나라의 여자를 사는 일이 우리사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도심에서는 벌건 대낮에 어린아이들이 사라지고 끝내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곳이 우리 사는 곳이다.

상대방에게 참담함과 모멸감을 일으키는 말을 거침없이 뱉는 일이 국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에게 반말과 상말을 하는 것도 흔한 예이다. 개개인의 학력과 경력은 모두 훌륭한지 몰라도, 집단적인 이기심 앞에서는 도덕과 양식, 심지어 종교적 인격마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던 세속의 불자들, 특히 당시 권력 엘리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경전은 이 의문에 답해주고 있다. 마가다국과 함께 또 하나의 강국이던 꼬살라국은 나라가 부강했던 탓에 왕을 위한 여흥이 많았다. 왕이 공원에 놀러갈 때 신하들은 코끼리를 부렸다. 그리고 코끼리 위에는 보석과 향수로 치장한 왕의 여자들이 신하들의 앞뒤에 앉았다. 코끼리가 비탈길을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마다 궁녀들이 앞뒤에서 신하들의 목을 끌어안거나 신하의 등을 붙잡았다. 전쟁을 일삼는 왕을 추종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한가한 여흥에서도 유혹과 위험이 따랐던 것이다. 부처님께 귀의한 꼬살라국 신하들은 불자로서 자신들의 삶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왕을 모시고 여러 궁녀들과 더불어 놀았지만, 우리는 항상 세 가지 일을 조심하곤 했습니다. 첫째는 코끼리를 몰되 바른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고, 둘째는 제 자신의 마음을 단속하여 물들어 집착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며, 셋째는 제 자신의 몸을 단속하여 거기 넘어지고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때 왕의 여자들에 대해 잠깐이라도 바른 사유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그들의 수행을 칭찬하자, 그들은 부처님에게 자신의 삶을 이렇게 약속했다.

“저희들 집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물을 늘 세존과 모든 출가자나 재가자들과 함께 같이 쓰겠으며,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잡아함경 ‘전업경’)

신하들은 유혹이 닥칠 때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했다. 욕망이 가져오는 결과를 살피는 바른 사유를 실천했으며, 무아(無我)의 진리를 따라 자신의 소유를 이웃과 함께 나누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낮은 삶에서 얻는 높은 기쁨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하루 한 끼 얻어먹으며 평생을 집없이 살았다. 자신을 낮추어 거지와 같은 삶을 선택했지만, 선정과 성찰을 닦아 평정과 기쁨을 누렸다. 옷 한 벌과 얻어먹을 밥그릇 하나만 소유하면서도 말과 생각과 행동이 자비로웠다. 자연과 인간을 함부로 해치는 일을 삼가며, 선(善)을 향한 노력을 기울였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가운데, 더불어 우정을 나누는 수행공동체를 실현했다. 이러한 부처님과 제자들의 삶을 보면서 불자들은 부처님처럼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배우지 않았을까?

환경이 파괴되고 가축들이 병으로 몰살을 당하는 지금, 욕망을 자제하는 자발적 가난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처님처럼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불자가 따라야할 수행으로 보기보다 우리 시대의 위기에 대한 보편적인 비전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김광하 작은손길 대표
연세대 상과대학 졸업 후 백봉 김기추(1908~1985) 거사로부터 참선을 배웠다. 1980~87년 다국적 기업인 ‘필립 브러더스’에서 근무하다가 1987년 무역회사인 도이상사(주)를 창업했다. 1997년부터 경불련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후원하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2004년 봉사단체인 ‘작은손길’을 설립하고 노숙자 시설인 ‘사명당의 집’을 개원했다. 현재 작은손길 대표, (주)도이상사 사장, 불교공부모임 ‘법과 등불’ 회장,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편집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광하(작은손길 대표) |
2008-05-07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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