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는 종교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은 불교로써 해석되어지며 불교에 의해 해결되어 진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종교인 까닭이다.
연극은 인간의 현실을 바탕으로 표현되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부조리함을 풍자하고, 희화하며, 희망을 꿈꾸게 한다. 인생이라고 하는 무상한 존재의 참된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한편으로 연극이란 인간의 문제를 소통하려 하는 불교의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근래 공연예술계에서 유행하는 뮤지컬 형식은, 흥겨운 음악과 율동으로 군무와 함께 어울리며 어두운 극장에 자리한 관객과 직접 호흡한다. 어려운 법문이나 해석하기 어려운 화두는 잠시 잊어도 좋다. 싱그러운 5월 젊음의 문화공간에서 펼쳐지는 부처님의 가르침 한 마당을 법당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생로병사’라고 하는 기승전결로 사랑하며 갈등하는 주연 배우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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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는 뮤지컬<플라워(flower)>가 4월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는 바라오페라단이 <오세암(五歲庵)>을 5월 2일과 3일 양 일간 봉축 행사 일환으로 펼친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는 구로자와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생문(羅生門)>을 5월 9일부터 6월 29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일정 하단 참조)
창작뮤지컬<플라워>는,
1971년 창단된 극단 맥토의 작품이다. 인생의 낙오자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비주류들이 주인공이다. 한 때 잘 나가던 미아리 나이트클럽 사장, 전직 몰락한 사이비 교주, 가난이 싫어 가출한 언어 장애우, 어린 시절 천재 소년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청년 금동이, 공양간의 박 보살 그리고 엄마를 잃은 아홉 살 지혜가 인적 드믄 천화사(天花寺)에서 만난다. 선(禪) 수행중인 연공스님은 이들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주지스님은 인자한 너털웃음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들은 천화사에서 기적을 이뤄 줄 한 송이 꽃을 찾고자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각오는 퇴색되어 간다. 낙오자들의 도피처인가. 진리를 찾고자 하는 수행자의 요람인가. 기구한 운명을 탓하기만 하는 이들에 앞에 어린 지혜의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불협화음이던 모두가 서로에게 솔직해지면서 한 마음이 되어 간다.
주지스님은 선종2조 혜가 스님과 제자 승찬 스님의 문둥병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이 너무 괴롭습니다. 제 죄를 참회케 해 주십시오.” 승찬 스님의 물음에 혜가스님은 “네 죄를 가져오너라. 내가 네 죄를 참회케 해 주마.” 승찬 스님은 “스승님 제 죄는 찾을 길이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혜가스님은 “네 죄는 다 참회되었다. 이제 불법승 삼보에 머물러 편안히 지내도록 하라.” 고 말씀하신다.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나는 과거의 나를 내려놓지 못하는가. 모든 것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을, 나 역시 자연인 것을 알아가게 된다. 이외에도 해와 바람이 친구가 되는 동화와, 달마 대사와 혜가 스님의 마음에 관한 대화를 빌어 그들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기적의 꽃은 이미 저마다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너와 내가 투영되고, 서로를 비추는 참 인생을 노래하는, 인생 3막이 시작된다. (02)223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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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 <오세암>이
봉축 전야음악제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 수년간 서울 경기 지역 불교합창단을 이끌며 찬불가를 통한 포교에 앞장서온 관음회합창단과 불교계 유일의 바라 오페라단의 앙상블이다.
해안 포구가 보이는 작은 마을에 사는 감이네 집에 세암이가 태어났다. 병고로 아빠는 가족의 곁을 떠나고 뒤이어 집에 불이나 엄마도 잃게 된다. 부모를 잃은 두 아이를 설정 스님은 절로 데려오고, 마등령 고개턱에 자리 한 관음암에 개구쟁이 세암이와 함께 오른다. 관음암에서 놀다 지친 세암이는 관세음보살 탱화를 발견하고 탱화 속 보살상을 엄마라 부르며 지극정성을 다한다. 설정 스님이 겨우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잠시 내려 간 사이 마등령에는 폭설이 내린다. 이듬해 눈이 녹아 산에 오르니 죽은 줄로만 여겼던 세암이는 부처가 되어있었고, 탱화 속 관세음보살이 눈을 뜬다. 관음암에 홀로 남은 세암이의 아리아 대목에서 손수건 준비는 필수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만경대 아래에 있는 암자 오세암에 얽힌 관음 설화를 뮤지컬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전체 3막 9장으로 구성됐다. 교과서에 실려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정채봉 작가의 단편동화 <오세암>은 2003년 성백엽 감독에 의해 75분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였던 작품이다. 이번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안병길((사)삼보불교음악협회 사무총장)씨는 불교음악의 지휘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부처님오신 날의 의미를 아로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무)010-4654-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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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생문>은
인간의 본성에 물음을 던진다. 한 가지 사건에 관하여 각각의 인물들이 털어놓는 엇갈린 진술을 통해 ‘사람 사이에 신념은 어떤 잣대를 두어야 하는가,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를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 한가’에 대해 묻는 문제극이다. <나생문>은 아쿠타가와류노스께의 소설로 구로자와아키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한 고전 영화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나생문의 성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모여 앉은 나무꾼과 스님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 이들은 그 날 벌어진 괴이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이었다. 산적 타조마루가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에 대해 각자 다른 진실을 진술하면서 극의 갈등은 점차 고조된다. 엇갈진 진술의 나열 속에서 ‘과연 나는 나의 인생을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 관객은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하나의 진실을 바라보는 상분(相分)에 대한 견분(見分)으로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적 접근을 통해 관람한다면 극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상의 나생문을 오고 가고 있을까. 상반된 진실 혹은 거짓의 퍼즐 속에서 왜곡된 기억에 의존하며 진실이라 믿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가. 구로자와아키라 감독의 말처럼, ‘이기주의는 인간이 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죄악’인 것일까? (02)556-5910
공연명 | 공연기간 | 공연장소 | 공연시간 | 티켓가격 |
플라워 | 4월 26일 ~ 5월 25일 |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 평일 오후 8시 토일공휴일오후4시ㆍ7시(월요일 공연없음) | 전석 30,000원 불교 기독교 천주교신자 20% 할인 |
오세암 | 5월 2~3일 |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 오후 7시 30분 | 무료 |
나생문 | 5월 9일 ~ 6월 29일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평일 오후 8시 주말오후3시ㆍ6시 5/12 석가탄신일 오후 5시 6/6 현충일 오후3시ㆍ6시 (월요일 & 5/13 공연없음) | R석 40,000원 S석 3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