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4월 11일 중국 장시성(江西省) 난창(南昌) 우민사에 도의국사 구법기념비를 제막했다. 우민사가 있는 곳의 옛 지명은 홍주이고 절 이름은 개원사였다. 6조 혜능 선사의 법맥을 이어 우리나라에 남종선을 전한 도의 국사가 구법한 곳이다. 조계종의 종조인 도의 국사의 구법지에 비를 세움으로써 조계종의 정체성이 6조 이래로 전승되어 온 남종선에 있음을 다시 표방한 것이다.
물론 조계종은 선만을 주장하는 종단이 아니다. 여러 수행법을 포용하고 원융과 조화의 종단을 주창한다. 다만, 종단의 뿌리가 선불교에 닿아 있음을 역사적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구법비를 세웠다. 우리는 조계종의 구법비 제막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종지종통에 충실한 종단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단의 정체성은 곧 종단 구성원인 사부대중의 정신과 행동양식의 근간이다. 종단은 멀리 역사적 전거를 더듬어 종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애쓰는데 종도들이 종단의 뿌리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남종선)만이 조계종의 근본인 것은 아니지만 수행과 신행의 내용에 앞서 종도로서의 기본자세가 올곧아야 종단도 바로 선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은 지금 포살 결계 관련 법을 공포하고 수행가풍을 확립하려고 애쓰고 있다. 불교가 현대화 사회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종지종통에 충실한 종도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