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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 스님이 황벽 스님 입적 때 너무나 펑펑 우니 제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임제 스님이 그랬지요, ‘눈물이 나는데 낸들 어떡하냐’고요.”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주경 스님이 최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을 묶어 <나도 때론 울고 싶다>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제목이다. ‘우는 것’이야 말로 가장 자유로운 감정 표출. ‘스님도 외롭고, 울고 싶은 때가 있구나’ 싶어 제목을 접함과 동시에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일들이 스님을 그리 울고 싶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스님은 “종단의 변화가 느릴 때, 그리고 수행에 진전이 없을 때” 가장 울고 싶다고 한다.
책장을 열어 보니 총 4장으로 구성돼있다. 1장 ‘나는 행복한 수행자’에서는 강원ㆍ선방ㆍ성지순례 길 만행 수행 이야기를, 2장 ‘사랑, 아름다운 인연’에서는 속가 가족과 부석사에서 키우는 4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3장 ‘그리운 도반이야기’에서는 수덕사 행자 도반ㆍ해인강원 도반ㆍ동국대 불교학과 도반들의 일화를, 4장 ‘더불어 함께’에서는 수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야기를 각각 담고 있다. 특히 2장의 내용이 감동적이다. 종단일로 바쁜 종회의원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의, 아이들을 기르는 학부형으로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은 ‘울고 싶다’지만 책 내용은 사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에 가깝다.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여러 가지 깨달음을 엿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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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온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또 종단의 중책을 맡고 있는 스님으로서 이 책을 쓴 주경 스님. 스님은 글로써 대중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다 말한다.
“세간과 출세간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스님과 재가자 간의 벽이 참 두텁더라고요. 스님과 때로는 자장면도 함께 먹을 수 있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보다 진솔하게,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사람과의 거리감을 확실히 좁혀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주경 스님은 <나도 때론 울고 싶다>를 통해 한 걸음 더 대중에게 다가간 것 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스님이 어떤 활동을 할지, 또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